“2050년 한국, 1인당 GDP 9만800달러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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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9만800달러(약 1억250만원). 세계에서 미국(9만4900달러) 다음으로 높아질 것이다.” 꿈 같은 얘기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그린 2050년의 한국 모습이다. ADB는 2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아시아 2050: 아시아 세기의 실현’ 보고서 발간 기념 세미나를 열고 이렇게 발표했다.

 ADB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중진국의 함정(Middle-Income Trap)’을 성공적으로 벗어난 모범 국가로 꼽았다.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많은 나라가 1인당 GDP가 4000~5000달러 수준에 진입한 뒤 정체에 빠졌는데, 이를 두고 ‘중진국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ADB 자얀트 메논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1986년에 1인당 GDP가 4600달러에 도달한 이후에도 고성장을 거듭했다”며 “이는 미국보다 높은 고등교육 등록률(95%),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비 지출(GDP의 3%)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성장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엔 1인당 GDP가 5만6000달러로 일본(5만3000달러)을 제치고, 2050년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인도 등 신흥 성장국이 중진국의 함정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2050년엔 아시아의 경제 규모가 전 세계의 52%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1700년만 해도 세계 경제의 60%를 차지하던 아시아가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서구 선진국에 뒤처지게 됐다”며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아시아는 기회로 만들어 세계 경제의 모습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최병일 교수는 “아시아의 성장에는 여성 노동력 활용이 필수적인데, 아시아 많은 국가엔 아직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남아 있다”며 “여성 인력에 대한 유리 천장을 어떻게 걷어낼지가 아시아 경제 성장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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