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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HDD 부품 90% 납품하는 공장들 침수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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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태국 방콕 북부 빠툼타니 지역의 한 공단이 침수된 모습. 이번 홍수로 일본 기업의 피해가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침수 피해를 본 기업의 70%가량이 일본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직접 피해가 적은 한국 전자업체들도 태국 홍수로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방콕 AP=연합뉴스]

태국 홍수 사태로 전 세계 주요 IT기업들이 만만찮은 후폭풍을 맞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임금 덕분에 개인용PC에 들어가는 부품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완제품 조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국 정부가 일찍부터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내놓고 IT산업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 다수의 외국계 회사가 입주해 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태국 홍수의 영향으로 얼마나 피해를 볼지 정확한 추산이 어려운 상태로 제품군 중 맥(Mac)의 생산라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낼 정도다.

 피해는 컴퓨터에 들어가는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분야가 가장 많다. 전 세계 HDD의 25%가량이 태국에서 생산된다. 이뿐만 아니라 하드디스크에 들어가는 부품 공장들도 대거 물에 잠겼다. 핵심 부품인 ‘자기 헤드’를 만드는 TDK와 모터를 만드는 일본전산은 각각 전 세계 하드디스크 업체 필요 물량의 90%를 납품하는 업체들로 이번 홍수 피해를 보았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HDD 부문에서만 태국 전체 연간 생산량의 30%가량인 1억2000만 대에 이미 영향을 미쳤다. 세계 HDD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시게이트나 웨스턴디지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웨스턴디지털은 현지 공장 두 곳의 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말레이시아에 있는 공장을 풀가동하는 체제로 바꿨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연말까지 발생한 수요를 채우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 등 주요 일본 기업들도 태국에서 HDD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애플은 물론 델이나 HP 같은 완제품 생산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보았던 디지털카메라 업계 역시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던 소니도 출시 발표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니의 주요 카메라 생산 공장이 홍수 피해가 가장 컸던 아유타야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존 먼로 애널리스트는 “태국 홍수는 매우 심각하고 계속 진행되는 사안”이라며 “얼마나 피해가 늘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특히 일본 업체의 피해가 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태국 방콕과 아유타야 지역 인근 6개 공단에서만 420여 개의 일본 업체가 홍수 피해를 봤다.

 아유타야 지역 5개 공단에는 혼다와 캐논, 니콘 등 315개 일본 기업이, 방콕 인근 나바나콘 공단에는 카시오와 파나소닉, 세이코 등 108개 일본 기업이 각각 입주해 있다. KOTRA 방콕무역관 측은 “이번 홍수 피해는 해외진출 일본 기업이 본 피해 중 가장 큰 규모일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기업 피해는 아직 제한적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국내 주요 전자회사들은 직접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품 수급 등에서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플라스틱 사출 제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는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북 구미에 자체 HDD 공장을 가지고 있어 직접 피해는 없지만 이번 사태로 국제 시장 상황이 다소 바뀔 수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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