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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돌아다녀도 물 못 구해 … 맥도날드서 겨우 생수를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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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4일 방콕 수쿰윗 지역에 있는 편의점 냉장고가 텅 비어 있다. “홍수로 물류에 차질을 빚어 재고가 바닥났다”는 공지 사항만 붙어 있다. [방콕=이현택 기자]

사방이 물난리인데도 정작 마실 물은 없었다. ‘홍수 전야’인 태국 방콕 시내의 모습이다. 기온이 섭씨 30도가 넘는데도 갈증을 달랠 생수 한 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24일 아침 도심 편의점에는 생수가 이미 동난 상태였다. 구도심지인 왕궁 주변을 비롯해 부도심 번화가인 수쿰윗·시암·라차다 지역의 편의점과 마트를 찾아다녀도 구할 수 없었다. 비상식량으로 쓸 수 있는 라면·과자도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한 시간 동안 돌아다니다 “맥도날드에서 생수를 판다”는 행인의 말을 듣고 찾아가 간신히 물을 구할 수 있었다.

 방콕이 이 같은 생필품난을 맞게 된 것은 홍수로 북부 아유타야 주가 한 달 이상 물에 잠기면서 수도로 이어지는 물류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수쿰윗 지역의 편의점에서 만난 폰(42·여)은 “지난 주말 무렵 생수를 시작으로 생필품이 하나씩 동나고 있다”며 “채소·과일을 비롯한 농산물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가 뒤늦게 유통업체들에 방콕 북부 돈므앙공항의 3만 규모 물류 창고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줬지만 뒷북 치기에 불과하다. 돈므앙공항 인근이 이미 침수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항 내부에는 이재민 임시피난처까지 마련됐다.

 집이 이미 침수된 교외 주민들은 시내로 들어와 다리나 고가도로 등 약간 높은 곳에 자리 잡고 노숙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아직은 비교적 침수 피해를 보지 않은 방콕 도심지가 언제 침수되느냐다. 현지 영자지 더 네이션은 24일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방콕 북부 아유타야는 조수 간만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도 한 달 동안 잠겨 있는데 바다에 인접한 방콕은 만조 때 홍수가 밀려들 경우 그야말로 물바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현택 기자

 방콕의 대중교통도 마비 상태다. 택시 ‘툭툭’(3인승 소형 택시)도 수해가 없는 행선지로 가는 사람만 골라 태우고 있었다. 시민의 발인 공공자전거는 고정대에 꽁꽁 묶여 있었다. 홍수에 떠내려 갈까 봐 묶어둔 것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설치 위치가 높은 스카이트레인(BTS·모노레일)을 제외한 모든 교통수단이 멈출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었다.

방콕=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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