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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선포한 리비아 “시민군이여, 무기를 반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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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무스타파 압둘 잘릴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 위원장(왼쪽)이 23일(현지시간) 제2의 도시 벵가지 키시 광장에서 “리비아가 무아마르 카다피의 철권통치에서 42년 만에 해방됐다”고 공식 선포했다. 한 시민군 병사가 무기를 반납한다는 의미로 건네준 권총을 잘릴 위원장이 높이 들어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벵가지 AP=연합뉴스]

해방 리비아의 새날이 밝았다. 24일 리비아인은 새 나라 건설을 시작했다.

 전날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의 해방을 공식 선포한 리비아의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새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임시정부 역할을 해온 NTC의 로드맵에 따르면 해방 선포 후 한 달 안에 새 과도정부가 구성되며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는 8개월 안에 치러진다. 그 후 1년 안에 새 헌법에 기초한 대선과 총선이 실시된다. 앞으로 20개월 후인 내년 말까지 새 정부가 구성될 예정이다. NTC는 23일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해방 선포식을 열었다. 이곳은 지난 2월 시민혁명의 불길이 시작된 곳이다.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벵가지 시민은 개선장군처럼 등장한 혁명 지도부를 열렬히 환영했다. 수도 트리폴리와 최대 격전지였던 미스라타의 광장에서도 시민들이 적·흑·녹 3색의 새 국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리비아의 미래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임시 대통령 격인 무스타파 압둘 잘릴 NTC 위원장은 선포식에서 “우리는 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국가 정상화와 재건에 이르는 길에 여러 난관이 놓여 있음을 고백한 것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시민들이 갖고 있는 무기를 회수하는 것이다. 잘릴 위원장은 연설에서 이를 우선적으로 언급했다. “무기를 반납하고 학교로, 직장으로,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시민군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임시정부의 행정력이 실제로 미치지 않는 곳이 많아 그 효력은 미지수다. 시민군 해체도 쉽지 않은 문제다. 8개월 동안 내전을 치른 자원병 중 상당수는 부대를 떠나는 순간 실업자가 된다. 잘릴 위원장은 시민군 병사들을 경찰관이나 직업군인으로 우선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핵심적 과제는 새 정부 구성과 국가통합이다. 누가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리비아를 이끌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상언 특파원

 잘릴 위원장은 지난 3월 NTC 구성 때 한시적으로 자리를 맡겠다고 말했지만, 리비아 국민 사이에서 압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흐무드 지브릴 임시총리도 유력한 후보다. 그는 해외를 돌며 프랑스·영국 등의 군사적 지원을 이끌어냈다. 동결됐던 해외의 카다피 정권 자산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도 앞장섰다. 국가 통합 과정도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리폴리에서는 해방 선포식이 수도가 아닌 벵가지에서 열린 것에 불만을 가진 시민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았다.

트리폴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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