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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눈높이 맞춘 인권교육

중앙일보

입력

‘찾아가는 아동권리 놀이학교’에 참여한 신방학 초등학교 학생들이 위험상황에서의 안전 수칙과 구호를 정해 발표하고 있다.

6일 저녁 서울 잠실동에 있는 한 어린이집. 10여 명의 부모가 삼삼오오 모여 있다. 아동권리전문기관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는 ‘2011 찾아가는 아동권리 놀이학교’ 부모교육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강사로 나선 중앙가정위탁센터 한명애 정책연구팀장이 “20년 후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는가”라고 질문하자 몇몇 부모가 “현명한 아이, 이해심 많은 아이, 책임감 많은 아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한 팀장은 자녀를 때리거나 혼내지 않은 부모가 있는지, 집을 이사할 때 아이의 의견을 물어본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묵묵부답이었다. 한 팀장은 “부모 먼저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를 하게 되면 “아빠가 직장을 옮겨서 집을 이사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하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아이가 “이사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려도 이해시키도록 한다. 한 팀장은 “부모가 아이를 부속품으로 생각하는 순간 아이는 스스로 생각할 필요를 못느껴 창의성을 상실한다”고 했다. ‘나는 부모가 결정한대로 실행하면 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언어습관도 중요하다. 인권교육센터 ‘들’의 고은채 상임활동가는 “많은 부모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녀의 인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들이 뭘 알아.” “쪼그만 게 까불어.” “넌 몰라도돼”와 같이 무심코 내뱉는 말도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고 상임활동가는 “부모들은 말을 하기 전에 차별하고 구분 짓는 말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목소리와 말투로 얘기한다고 해서 아이를 존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공부 잘하는 ㅇㅇㅇ와 친하게 지내라”와 같은 말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부터 인권교육

발달단계에 따른 적절한 인권 교육은 아이의 자아존중감을 키워준다. 반면 남을 ‘존중·배려·공감’하는 마음이 없으면 ‘나만 괜찮으면 돼’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나아가 폭력과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어질 가능성도 높다. 가정에서 인권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부모가 조금만 신경 쓰면 가정에서도 연령별로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다.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박송희 교육담당자는 “유아나 초등학생은 놀이와 체험을 병행해 ‘인권’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 중·고등학생이라면 아이들이 직접 선택한 생활 속 인권관련 주제를 인권친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도록 도와주면 된다.

간단한 놀이를 활용하거나 동화를 각색하는 방법도 있다. ‘나는 권리작가’는 『미운 오리새끼』와 같은 인권침해 동화를 인권친화적으로 각색해보는 활동이다. 미운 오리새끼가 차별 받는 이유와 원인을 생각해보고, 인권의 소중함을 깨달은 오리가 자신의 권리를지키기 위해 강의를 하러 다니게 된다고 결말을 바꿔보는 식이다. ‘권리나무 꾸미기’로 권리에 따른 의무를 일깨워주는 방법도 있다. 종이로 열매모양을 오려 왼쪽에는 아이가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적고, 오른쪽에는 아이가 권리를 누리기 위해 지켜야 할 의무를 적어 꾸미면 된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권리’에 대한 의무는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뛰어다니지 않는 것’으로 정하는 식이다. 박 교육담당자는 “인권교육이 어렵다고 느껴지면, 평소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며 “존중 받는 아이는 다른 사람도 존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민희 기자 skymin1710@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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