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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껴안고 심호흡 … 우울증 달아나고 관절염·근육통에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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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장성 분향초등학교 학생들이 ‘편백나무 조각 길’을 직접 걸어보고 있다. [장성 편백 치유의 숲 제공]

부드럽고 촉촉한 흙과 시원한 바람, 산소가 풍부한 공기와 피톤치드를 내뿜는 나무…. 숲은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치료약이다. 숲을 거닐거나 나무를 껴안고 명상을 하면 심신의 질병을 극복하거나 증상을 가볍게 할 수 있다. 숲 치유 효과를 높이려면 다음 몇 가지를 기억하자. 증상별로 준비물을 챙기고, 방법을 조금만 달리해도 치료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우울한 기분이 든다면=심각한 우울증이 아니라면 활동량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자발적인 움직임이 늘어나면 우울한 기분을 벗어날 수 있다. 서울백병원 정신과 김원 교수는 “숲 치유가 약물치료를 대체할 순 없지만 숲이 가진 여러 가지 이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울 증상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숲에서 작은 거울을 들고 하늘 방향이 보이도록 눈 밑에 거울을 대보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우울한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공간이 있다면 꽃과 나무도 가꿔 보자. 움직임이 늘어나고 자연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 우울한 기분을 없앨 수 있다. 김 교수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거나 ‘침묵의 시간’을 만들어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절염·근육통이 있다면=퇴행성관절염이 있다면 ‘맞춤형’ 숲 산책로를 골라야 한다. 관절염 환자의 다리 모양은 O자형이거나 X자형일 가능성이 크다. 한양대류마티스병원 관절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O자형 다리라면 산책로 중간 부분이 바깥 부분보다 더 낮은 길을 걷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뒤꿈치 바깥쪽을 높여줘 다리가 더 휘는 것을 막아준다. O자형 다리는 걸을 때 무릎 안쪽에 체중이 많이 실리므로 무게중심을 바깥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만약 X자형 다리라면 반대로 길의 중심부가 바깥쪽보다 높은 길을 걷는 것이 좋다.

 다리 근육이 뭉쳐 통증이 있다면 나무 의자에 앉아 골반 주위 근육을 스트레칭한다. 숲에선 통증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따라서 한쪽 발목을 반대쪽 무릎에 올려두고 허벅지를 몸쪽으로 당기는 스트레칭을 하면 평소보다 치료 효과를 더 느낄 수 있다.

혈압이 높다면=혈압이 지나치게 높지 않은 경계성 고혈압 환자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혈압을 낮출 수 있다. 숲에 들어가면 심리적으로 안정돼 교감신경의 반응이 감소한다. 따라서 경계성 고혈압(수축기 140, 이완기 혈압 90㎜/Hg) 환자의 혈압은 숲에 들어가는 순간 저절로 떨어진다.

 치료효과를 더 높이려면 나무 조각이 깔려 있거나 작은 돌이 많은 숲길을 찾아보자.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면 발바닥이 자극돼 혈관이 이완되면서 혈압이 떨어진다. 복식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복식 호흡을 하면 허파에 공기를 넣고 빼 주는 역할을 하는 ‘횡격막(橫經膜)’이 움직이면서 혈압이 내려간다. 배에 손을 얹고 숨을 들이마실 때 풍선에 바람을 넣듯 배가 나오게 하면 된다. 고려대병원 통합의학센터 이성재 교수는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숲속에 앉아 빛을 장시간 쬐는 것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면=숲이 아토피 치료에 효과적인 것은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 때문이다. 테르펜은 독성을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 피톤치드에는 아토피의 원인 중 하나인 집먼지 진드기가 싫어하는 ‘타닌’ 성분이 들어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면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장소와 시간대에 삼림욕을 하는 것이 좋다.

 산림과학원 유리화 박사는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로 샤워를 하려면 공기가 잘 통하고 몸에 꼭 끼지 않는 면 소재 옷이 좋다”고 말했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서 많이 나온다. 치유의 숲에서 편백나무나 구상나무·삼나무 숲을 찾아 휴식을 취하면 치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권병준 기자  

피톤치드=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치드(Cide)가 합성된 말. 식물이 병원균·해충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물질로 흡입 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심폐기능이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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