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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설

유엔 가입 20년, 희망과 가능성의 메신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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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킬라파르티 라마크리슈나
UN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 대표

사람들은 여러 형태로 기념일을 축하한다. 기념일 중에서도 딱 떨어지는 연도에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한국의 유엔 가입 20주년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짧은 가입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유엔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먼저 1996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진출했고, 2001년에는 유엔총회 의장국이 됐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은 2006년에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했고, 올해 반기문 총장은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필자는 인천 송도에 있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에 부임한 지 두 달 남짓 됐다. 그 짧은 기간 동안 필자는 부산·창원·평창·순천·수원·서울 등 전국 여러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어느 곳을 가든지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모든 부문에서의 발전을 추진하는 힘에 감탄했다. 이는 어느 사회든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힘이 한국전쟁 후 폐허가 돼 국제원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 진입을 코앞에 둔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예전에 한국이 받은 것처럼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도와야 한다는 의무를 잘 알고 있고, 유엔과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발전 경험을 전수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유엔 정규예산 분담금은 전 세계 11위, 평화유지활동(PKO) 예산 분담금 순위도 10위에 이른다. 올해 한국은 개발원조 규모를 15억 달러로 확대했다. 수년 내 두 배로 증액할 계획이다.

 한국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부르기에는 시기상조일지 몰라도 전 세계의 주요 안건이 한국에서 논의되고 결정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와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의를 설립해 녹색성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자연보전총회가 내년에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 총회를 포함한 수많은 유엔 국제회의가 한국에서 열렸다. G20 정상회의와 원조 효과에 관한 파리 선언 및 아크라 행동계획에 따른 제4차 고위급 원조효과성 회의가 올해 부산에서 열린다.

 또한 내년 브라질에서 개최될 리우+20 정상회의의 아시아·태평양준비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됐다. 리우+20 정상회의 주요 의제는 지속가능 발전 및 빈곤퇴치 관점에서의 ‘녹색경제’와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제도적 체제’다.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녹색성장은 녹색경제의 필수 요소다. 다시 한번 한국의 유엔 가입 20주년을 축하하며 한국이 앞으로도 국제사회에 희망과 가능성을 전파하는 메신저로서 역할해 주기를 바란다.

 *라마크리슈나 박사는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선임자문관, 하버드대·예일대 등의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UN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는 2010년 5월 인천 송도에 개소했다.

킬라파르티 라마크리슈나 UN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