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챔피언결정전 3차전 분석

중앙일보

입력

궁지에 몰렸던 페이서스(Indiana Pacers)가 모험에 가까운 수비 작전을 성공시키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인디애나폴리스의 Conseco Fieldhouse에서 열린 NBA 결승 3차전에서 페이서스가 공수의 절묘한 조화를 바탕으로 레이커스(LA Lakers)에 100-91의 승리를 거두었다.

페이서스는 3차전 승리로 어려웠던 시리즈 전망에 한가닥 희망을 안겨주었고, 홈팬들에게는 커다란 선물을 하였다.

시종일관 게임을 주도한 페이서스는 역시 밀러(Reggie Miller)와 로즈(Jalen Rose)의 팀이었다.

밀러와 로즈는 각각 33점과 21점을 득점하며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또한 데일 데이비스(Dale Davis)는 득점은 2점에 불과했지만 리바운드를 12개나 잡았고, 무엇보다도 오닐(Shaquille O'Neal)을 적절히 수비하여 팀 승리에 결정적 공헌을 하였다.

어찌보면 이해할 수 없는 미스매치 작전은 보기좋게 들어 맞았다. 항상 파울 트러블에 걸리는 스미츠(Rik Smits)대신에 데이비스를 오닐의 마크맨으로 삼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엄청나게 격렬한 수비력을 자랑한 데이비스는 코비(Kobe Bryant)가 빠진 레이커스와 오닐에게는 거친 장애물이었다.

1쿼터 시작과 함께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페이서스는 경기 종료 까지 리드를 뺏기지 않으며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오닐은 33득점에 리바운드를 13개나 잡았지만 자유투를 13개 던져서 고작 3개만을 성공시키는 극심한 자유투 부진에 빠졌다. 레이커스의 고질적 약점이 드러난 경기였다. 또한 라이스(Glen Rice)와 하퍼(Ron Harper)가 각각 7점과 14점을 득점하는데 그쳐 코비의 공백을 보충하지 못했다.

승부는 3쿼터 중반 갈리는 듯 했다. 라이스와 쇼(Brian Shaw)의 연속된 실책에 편승하여 마크 잭슨(Mark Jackson)과 샘 퍼킨스(Sam Perkins), 레지 밀러가 연속 3점포를 작렬하며 18점차 까지 벌리며 쉽게 승리하는 듯 했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오닐과 호리(Robert Horry)가 착실하게 득점했고 3쿼터가 종료했을 때 13점차까지 따라붙으며 4쿼터를 기대하게 했다. 역시 기대대로 4쿼터에서 레이커스는 데릭 피셔(Derek Fisher)의 3점포 두 방을 앞세워 추격하기 시작했고, 경기 종료 2분전에는 89-85, 4점차까지 추격 하였다.

경기 종료 1분50초를 남기고 데일 데이비스가 6반칙 퇴장한 장면은 레이커스의 역전을 기대케 했으나 오닐의 자유투 연속 실패와 반칙 작전에 맞서 착실히 자유투를 성공시킨 밀러와 로즈등에 힘입어 페이서스의 신승으로 경기가 끝났다.

3차전을 통해 드러난 레이커스의 약점은 코비가 빠진 빈자리를 2차전과 같이 라이스와 하퍼가 대신하지 못하면서 오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공격의 단순함을 보였다는 것과 원정 경기에서 평상심을 찾지 못하는 플레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페이서스가 승부수로 삼고 있는 것인데 만약 4차전도 성급하고, 격앙된 플레이로 일관한다면 결코 좋은 경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페이서스는 다시 살아난 레지의 슛감각과 끈끈한 팀 플레이가 4차전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오닐에게 33점이나 허용한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다른 선수들의 득점 가담이 시원치 않아서 3차전을 승리할 수 있었지만 4차전마저 다른 선수들이 부진하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보다 오닐의 득점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변칙 수비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3차전에서 보여준 데이비스와 발빠른 마크 잭슨, 트래비스 베스트(Travis Best)의 협력 수비는 인상적이었다. 더욱 적극적인 협력 수비만이 오닐의 득점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포인트 가드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LA는 보다 집중력 있는 경기 자세가 요구된다. 또한 오닐에 대한 공격 의존도를 조금 줄이고, 외곽 공격의 원할한 지원을 노려야 4차전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4차전을 승리하는 팀은 이번 시리즈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4차전은 이번 시리즈 최대의 승부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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