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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는 기본, 연변식 냉면,보신탕...동북 3성 ‘조선 음식 백화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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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호 16면

지하철 2호선 대림역 1번 출구를 나와 구로동 쪽으로 돌아서 50m가량 가면 6층짜리 빌딩이 나온다. 2층 유리벽에 붉은색으로 큼지막하게 ‘丰茂串店’이라고 적혀 있다. 한자이긴 한데 중국에서 쓰는 간자체다. 한자 위에 조그만 글씨로 ‘풍무뀀점’이라고 적어 놓아 그나마 읽을 수 있다. 굳이 우리 식 한자로 고친다면 ‘豊茂串店(풍무관점)’. 조선족 타운의 대표적 음식 양꼬치 집이다. 풍무뀀점은 중국 옌지(延吉)에 본점을 두고 베이징·상하이·칭다오 등 중국 곳곳에 지점 60곳을 둔 중국 최대 양꼬치 전문 체인점이다. 옌지 본점만 해도 2640㎡(약 800평) 크기에 종업원이 100명을 넘는다.

대림역 주변 조선족 타운

중국의 양꼬치집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까지 오게 됐을까.2001년 대림역 인근에 처음 문을 연 풍무뀀점의 주인은 한국인 ‘연변사위’ 국옥현(52사진 오른쪽)씨다. 그는 중국 유학 중 만난 조선족 오홍련(사진 가운데)씨와 결혼하면서 양꼬치와 인연을 맺게 됐다. 아내 오씨의 언니 부부가 중국 풍무뀀점의 주인인 덕분이다. 결혼 후 한국에 들어온 국씨 부부는 중국 풍무뀀점의 요리 비법을 그대로 가져와 분점을 냈다. 개업 초기엔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조선족들이 주로 찾았
다. 이후엔 서울로 유학 온 중국 학생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젠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 친구를 데려오거나 새로운 음식을 맛보려는 한국인들이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오홍련씨는 “주중에는 한국 손님이 많지만, 휴일이나 명절 때가 되면 우리 가게가 조선족으로 붐빈다”며 “조선족 커뮤니티의 사랑방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주 메뉴는 양꼬치지만, 베이징식 찹쌀탕수육인 ‘꿔바로우’와 옥수수로 면을 만든 ‘온면’ 등 중국 조선족들이 즐기는 메뉴가 다양하다. 하루 중 손님이 많은 시간은 저녁이다. 일을 끝낸 조선족들, 회식을 하
러 나온 주변 한국인 직장인들, 한국 음식이 안 맞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각자의 언어로 시끌벅적 하루의 고단함을 쏟아낸다.

‘조선족 타운’ 하면 양꼬치집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대림동 조선족 타운엔 중국 동포들이 즐기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와 2호선 대림역 8번 출구에 바짝 붙어있는 ‘연변냉면’은 동북 3성의 중국동포들이 주로 즐기는 메뉴들로 구성돼 있다. 연변냉면을 필두로, 연변식 닭곰탕, 연변보신탕, 송편처럼 생긴 감자·입쌀밴새 등이다. 이곳 주인은 1996년 한국에 들어왔다는 조선족 부부 김성학·문옥화씨다.

김씨는 옌벤자치주의 공무원, 문씨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문씨는 “공무원인 남편이 서울에 파견된 게정착의 계기가 됐다”며 “아이들 둘은 모두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한국 국적을 갖고있다”고 말했다.조선족 거리의 원조인 인근 가리봉동에는 조선족 재래시장으로 변신한 가리봉종합시장이 있다. 그뿐 아니다.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서울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2호선 건대입구역 부근엔 일명 양꼬치거리’가 있다. 양꼬치집, 냉면집,국제전화방 등이 중국식 한자 간판을 달고 성업 중이다.

이곳은 서울 동쪽에서 일하는 조선족 노동자들이 주로 찾는다. 2호선 신천역 먹자골목 뒤쪽으로도 최근 양꼬치집 등 조선족 음식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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