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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에게 기부한 돈이 좌파 시민단체 저수지 역할”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캐비아 시민운동가’ vs ‘0.001% 특권층’.
사흘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선은 검증을 명분으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전이 한창이다.
선봉엔 여야 대표가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자칭, 타칭 저격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폭로전으로 당시의 대여(對與) 공세를 이끌었다. 한동안 저격수 역할을 자제하더니 당 대표로 치르는 선거전에선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직접 공격하고 있다. 박 후보의 아름다운재단과 병역 의혹을 집요하게 추궁한다. “나경원 후보 선대위에 맡겨 놨더니 헛발질만 하더라”는 게 그의 말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전면에 서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에겐 이번 선거 승리가 마지노선이다. 이겨도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후광이 부각될 수 있다. 패배하면 제1 야당이 후보도 못 내더니 결국 선거에선 졌다는 책임 논란에 직면한다. 박원순 후보의 옆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박 후보를 지원하는 동시에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친노 진영을 기반으로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있다.

홍 대표는 4·27 재·보선 패배에 따른 지도부 사퇴로 출범했다. 손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전에서 패한 뒤 1박2일간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선 정치적 책임론의 공방이 제기될 수도 있다.

중앙SUNDAY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여당 대표와 맞세우는 인터뷰는 피하고 싶고, 내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홍준표 대표를 21일 당사 대표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초박빙이다. 서로 간의 진영에서 투표장에 누가 많이 가느냐의 싸움이 됐다.”

-시장 선거에 지면 대표직에서 물러나나.
“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절대 열세에서 출발한 서울시장 선거를 박빙 구도로 끌고왔다는 것만으로도 선전이라 할 수 있다. 선거가 끝난 뒤에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또 그것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됐다면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 그러나 당 대표의 책임론 제기는 당을 불안정하게 하고 1년에 두 번씩 전당대회를 치르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여당이란 게 원래 재·보선에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과거 열린우리당은 야당인 한나라당에 40대 0으로 진 적도 있다. 한 해에 7번이나 비대위를 구성했다. 집권당이 그렇게 불안하면 뭐가 되겠나. 지금은 재·보선이 1년에 두 번 있다. 재·보선에 질 때마다 당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전당대회를 매년 두 번씩 치러야 한다. 그런 게 정당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이고 총선을 어떻게 치러 정권을 재창출하느냐 여부다.”

-박원순 후보는 왜 시장이 되면 안 되나.
“박 후보는 공직 생활을 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사람이다. 우선 병역 의혹이 있다. 해외에 수십 차례 갔는데 여행 경비는 누가 댔나. 아름다운재단을 운영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1000억원대 가까운 기부를 받았는데 기부금품 모집할 때 등록도 한두 번밖에 안 했다. 그런 자금이 좌파 시민단체의 저수지 역할을 했다. 천안함 사건이 마치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에 유발된 것처럼 말하는데 그런 모습은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인 서울시장이 되기에 합당한 자세가 아니다. 많은 의혹이 있다. 모든 인생을 협찬으로 살았다. 공인이 되기 위한 기본 자세와 자기 관리가 안 된 사람이다.”

-야당은 네거티브라고 반박하는데.
“그게 문제다. 우리가 박 후보에게 10가지 의혹을 제기했더니 해명은 전혀 없이 네거티브라고만 피해 간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의 대표 케이스다. 2002년 대선을 보자. 김대업이란 병무 브로커 내세워서 사실이 아닌 주장을 퍼부어댔다. 그래서 자기들이 대선엔 이겼는데 김대업은 구속됐다. 자신들은 지난 20년간 구태 선거만 하고 우리가 검증한다니 네거티브라고 한다. 박 후보는 과거 시민단체 활동 때 법에 없는 낙천·낙선 운동을 주도했다. 정치권 인사나 장관 ·총리 인사청문회 때 얼마나 가혹한 칼을 들이댔나. 정작 본인이 검증 대상이 되니 네거티브라고 도망가는 것은 이중 잣대다.”

-왜 직접 나섰나.
“박 후보는 나와 고향이 같다. 경남 창녕의 2년 후배다. 고향 후배가 잘되는 것을 보고 싶다. 정치하면서 몇 번 만난 적이 있고 그가 하는 희망제작소에 매달 후원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시장 재직 시절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하지만 공직 후보가 됐으니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검증해 보니 문제가 있다. 그런 사람에게 시정을 맡기면 안 된다는 것은 공적인 입장이다.”

-나경원 후보가 시장이 돼야 하는 이유는.
“어떤 선거에서 후보자가 절대적으로 돼야 한다는 논리는 없다. 선거는 상대방이 있는 상대적 개념이다. 나경원 후보는 흠이 적고 재선 정치인으로서 정책 역량이 있다. 해방 이후 최초로 여성 특별시장이 된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다. 여성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으로 서울 시정을 정쟁으로부터 생활로 바꿔달라는 뜻에서 우리가 후보를 맡아 달라고 강권했다.”

-홍 대표는 처음엔 나 후보에게 부정적이지 않았나.
“언론의 오해다. 탤런트 후보는 곤란하다고 말했는데 오세훈 시장의 아류는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나 후보는 정책 역량이 있는 분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걸림돌이 있다면 뭔가.
“이번 선거는 임기 후반의 재·보선이어서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처음에 23%포인트나 뒤져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고 했다. 그런데 다행하게도 박 후보가 야권 후보로 나와 줘서 선거 프레임을 인물 검증론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나마 우리가 선전한 이유다. 우리 후보가 서울시에 안정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좀 더 알리면 승산이 있다.”

-한나라당은 왜 젊은 층에 인기가 없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비판 받을 것을 알면서도 반한나라의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 ‘나꼼수(나는 꼼수다)’에 나갔다. 젊은 층 대상의 청년 창업 프로젝트,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로 다가서고 있다. 그래선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쟁도 과거엔 1대9, 2대8로 밀리다가 지금은 5대5 수준으로 따라갔다. 나 후보가 젊은 사람에게 인기가 좋아 해볼 만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유세가 얼마나 도움이 되나.
“중립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로 된다는 것은 좋은 모습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4년간 친이와 친박으로 갈린 두 나라당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하나가 됐고 지지층도 결집하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도 하나가 돼서 잘해왔다.”

-박근혜 대세론을 어떻게 보나.
“대세론이란 내년 10월 말이나 11월 초께 나와야 한다. 그 전에 대세론이란 말은 옳지도 않고 실상도 없는 것이다.”

-여성 시장이 여성 대통령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물론이다. 유권자가 (여성을) 한번 선택하면 다시 선택할 확률이 높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생각하나.
“대통령의 말은 대선 과정에서 어떤 기업의 도움도 받지 않고 정부를 출범시켰다는 뜻이다. 또 정권 운영 과정에서 재벌과의 부당한 뒷거래가 없다는 뜻이다. 측근 비리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는 언제 터질지 모르다. 모두 정권 비리로 몰면 안 된다. 측근 비리가 생겼을 때 내가 엄정한 처리를 요구했다. 앞으로도 친·인척이나 권력 비리가 나오면 가차없이 처리하면 된다.”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를 정말 몰랐다고 말하던가.
“대통령과의 대화는 국가 기밀이다. 말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 입장에선 사저가 내곡동쯤에 있다는 거야 알았겠지만 세부 집행은 몰랐을 거다. 대통령 업무를 안다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어쨌든 사저 문제는 한 칼에 정리됐다. 책임자는 청와대 경호처장이다. 이미 사표를 냈고 수리될 거다. 역대 정부는 잘못한 점을 인정하지 않고, 숨기고, 우겼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국민 앞에 엎드리고 사죄하고 바로잡아 나가면 된다.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봐서 조기 차단을 요구했고 대통령이 즉각 받아들였다.”

-한나라당 텃밭이란 영남에서도 한나라당 지지가 흔들리는 이유는 뭔가.
“무엇보다 일부 지역 의원들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수도권의 강북 의원들은 원래부터 야당과의 대결이 치열한 탓에 지역 관리를 항상 열심히 한다. 또 의정 활동도 열심이다. 그런데 영남의 일부 의원들은 지역에서 안이하게 대처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다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정부 대처 등이 잘못됐다. 영남 주민 입장에선 한나라당을 20여 년간 밀어준 대가가 이 정도냐는 식의 분노가 있다. 재·보선이 끝나자 마자 영남권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으로 연결시키겠다.”

-뛰지 않는 영남 의원들은 모두 물갈이되나.
“아직 그런 말할 때가 아니다. 야당 후보를 봐야 한다. 물갈이 해서 이기는 지역이 있을 수 있고 기존 공천으로 이기는 지역이 있다. 원칙은 이기는 공천이다. 야당 후보와 대적할 수 있는 타깃 공천하겠다. 그러니 몇 퍼센트 물갈이란 말 자체는 의미 없다. 나이가 많다는 게 죄가 아니다. 미국은 90세 의원도 많다.”

-정당 위기론을 어떻게 보나.
“정당이 국민 생활을 외면하고 정쟁만 해왔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생활 정치를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여야가 모두 반성할 문제다. 재·보선이 끝나면 바로 정당 개선 작업에 들어가겠다.”

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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