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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김은미 ‘CEO스위트’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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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49) CEO스위트(SUITE) 대표. 말 그대로 기업인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호텔 스위트룸처럼 최신 사무기기와 편의시설이 갖춰진 최고급 사무공간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본거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비롯해 아시아 8개 도시, 13개 지사에 사이즈별로 600개의 사무실이 마련돼 있다. 딱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니까 “맞춤형 비즈니스센터”란다.

 연세대 81학번. 취직을 하려니 웬만한 국내 대기업들은 ‘군필’을 원했다. 여자로서 성에 차는 곳은 외국계 기업밖에 없었다. 당시 ‘가문의 영광’이라던 씨티은행에 입사했지만 금융업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하도 지각을 많이 해서 저 때문에 씨티은행에 2부제가 생겼다니까요.” 이후 적십자사, 영국계 회사 등으로 이직을 거듭하다 1987년 한 학기 등록금과 한 달치 생활비만 쥔 채 시드니행 비행기를 탔다. 창고나 다름없는 방을 얻어 침대는 태국 친구에게 주고 자신은 소파에서 잤다. 청소와 요리까지 해주는 대신 임대료를 청구했다. 임대업은 생존용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셈이다.

 “그러다 단순한 공간 임대를 넘어 현지시장 조사, 법률·세무 문제, 인적 네트워킹 등 소프트웨어까지 전부 다 제공하는 서비스를 생각해냈죠.” 이런 차별화와 ‘섬김’정신으로 IMF 외환위기를 이겨냈고, 개인 사업자로는 거의 유일하게 업계에서 살아남았다. 올 초엔 드디어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서울지사도 냈다.

 

블랙베리 ① 는 “남편 없인 살아도 이거 없인 못 산다”는 개인비서다. 고리는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준 프라다의 ‘화이트 러브’. 불같이 끓어 올랐다 식어버리는 ‘붉은 사랑’ 말고 순수하고 한결같은 사랑을 지향한다.

 경영 아이디어는 한 달에 7~8권 읽는 책에서 얻는다. 특히 유진 피터슨이 각색한 성경 ② 은 쉬운 저잣거리 언어로 쓰여 수많은 영감을 준다. 남편에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받은 뱀 모양 팔찌시계(불가리) ③도 의미심장하다. 성경 속 뱀은 인간에게 처음으로 지식을 주고 조물주와 맞먹으려는 충동을 갖게 한 동물이다. 늘 자만하지 말자는 마음을 되새기게 하는 아이템이다.

 김 대표는 수많은 인수합병(M&A), 증시상장 제의를 받지만 중요한 것은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일하는 재미’라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여자들은 축복받은 존재예요. 남을 배려하고 품어주는 모성을 타고 났으니까요. 세상과 싸워 이기겠다는 표정을 짓지 마세요. 커피를 타 달라면 기분 좋게 챙겨주면 돼요!” 한국에 올 때마다 강연을 하고 젊은이들을 위한 책(『대한민국이 답하지 않거든, 세상이 답하게 하라』)을 낸 것도 이런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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