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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술이 좋다는 이영광, 글 비밀 밝혀진 윤성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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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11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영광 외 지음, 문예중앙
286쪽, 1만1000원

2011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문예중앙
423쪽, 1만3000원

제목에 덧붙여 이런 책들이라고 설명하는 게 무의미하다. 말 그대로 올해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다. 둘 다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다.

 은근히 이 책을 좋아해 해마다 구해 읽어온 분이라면 지난해 처음 선보인 책의 ‘체제’ 변화를 알고 계실 듯 하다. 수상작품집은 여느 수상집과 달리 수상작품과 본심에 올랐던 후보작품들, 한 심사위원이 대표 집필하는 심사평 등을 단순히 묶는 데서 벗어났다. 수상자의 작품 세계를 일별할 수 있도록 수상자가 직접 고른 예전 작품들, 수상자가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동료 작가·평론가에게 직접 부탁해 받아낸 작가론, 수상자 인터뷰 등을 실었다. 수상자가 쓴 이야기식 작가 연보도 만날 수 있다. 예·본심 위원들이 모두 참여해 글을 보태 책의 풍성함을 더한다.

 이런 연유로 이번 작품집은 일종의 ‘수상자 깊이 읽기’다. 수상자의 신변은 물론 자기 예술에 대한 육성(肉聲) 변호, 동료 문인의 날카로운 평문 등을 접할 수 있어서다.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시인 이영광(46)씨의 올해 수상작 ‘저녁은 모든 희망을’ 외에 29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자선(自選) 시들 중에는 그의 2003년 첫 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 첫 머리에 실린 표제시 ‘직선 위에서 떨다’, 사랑시 중 절창으로 꼽히는 ‘사랑의 미안’ 등이 포함돼 있다. ‘수상 시인이 쓴 연보’에서 이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술과 여자이고, 제일 잘하는 건 그만두는 거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시를 쓴다”고 덤덤히 밝힌다. ‘수상시인 인터뷰’에서 이씨는 대학 진학 후 이념 세례를 받아 미당(未堂) 서정주의 시를 한때 멀리했다가 다시 빠져들게 된 사연을 소개한다. 미당 시의 매력에 대한 이씨의 발언이 인상적이다. “나는 미당의 초기 시를 좋아합니다. 출구 없는 영혼의 몸부림이랄까, 자기 존재의 심연에서 모든 것을 내던져 회의하고 발광하고 포기하고 절규하는 어떤 참혹한 정열을 느꼈어요.”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소설가 윤성희(38)씨의 수상작 ‘부메랑’ 외에 2004년 소설집 『거기, 당신?』에 실린 단편 ‘고독의 의무’, 2007년 소설집 『감기』에 실린 단편 ‘하다 만 말’ ‘구멍’ 등이 실려 있다. 무엇보다 평론가 정홍수의 작가론 ‘세계를 긍정하는 고독의 속도’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가령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그 동안 윤성희 소설이 지속적으로 보여온 분산되고 산포되는 서사, 전체로의 통합을 거부하는 ‘부분들’의 운동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윤성희 소설이 작은 이야기들의 환유적 연쇄를 즐기며 가지에 가지를 쳐나가는 서사의 운동에 몸을 실어온 것은, 중심과 주변, 전체와 부분의 이분법적 위계를 그 자신의 세계 이해로 품고 있지 않다는 강력한 증거일 것이다.” 윤성희 소설의 비밀과 매력을 명쾌하게 밝혀 눈이 환해질 정도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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