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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국 급증

중앙일보

입력

아날로그 영화의 명가(名家)인 미국의 20세기 폭스사는 지난 6일 디지털 방식의 영화 '타이탄AE' 를 상영했다. 캘리포니아 버뱅크 제작소에서 인터넷으로 애틀랜타의 슈퍼컴 무역박람회장으로 전송돼 상영된 타이탄AE는 영화와 인터넷의 융합을 상징하고 있다.

20세기 폭스사의 톰 셰락 회장은 "우리는 80년의 역사를 지닌 아날로그 영화방식을 대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며 "미래를 향한 전진은 시작됐다" 고 말했다.

이 영화 전체를 다운로드 받으려면 4시간이나 필요하고 컴퓨터 용량도 50기가바이트(1기가바이트는 10억바이트) 이상으로 한정돼 있어 일반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상황. 그러나 폭스사의 변신은 곧 도래할 인터넷 방송을 앞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 새로운 문턱을 넘고 있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집중 개발되고 있는 '스트리밍' 이란 새 기술이 인터넷 방송의 기술적 난제를 잇따라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스트리밍은 데이터를 전송받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않고 곧바로 실행하는 기술로, 저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운로드와 다르다. 따라서 기억용량이 큰 동영상과 음악도 스트리밍 기법을 이용해 끊어지지 않고 물 흐르듯이 구현(具現)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인터넷 방송의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인터넷방송협회 홍성구 회장은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환경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국내 인터넷방송 시장은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 서비스 전문업체인 캐스트서비스에 따르면 6월 1일 현재 국내의 웹 캐스팅 서비스업체는 5백7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부터 하루에 평균 3개 꼴로 인터넷 방송국이 문을 열었고, 연말까지는 1천개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야별로는 음악방송국이 전체의 16. 5%로 가장 많고 ▶교육 12. 4%▶영화 10. 9%▶생활 7. 5%▶정치.경제가 3. 8%의 순이었다. 지금까지 음악과 오락이 압도적이었던 인터넷 방송국에서 생활이나 정치.경제 등 전문분야의 방송국이 늘어나는 것이 특징.

인터넷 방송은 '나만의 방송국' 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펜티엄Ⅱ급 컴퓨터에 사운드카드.마이크.화상채팅용 웹카메라와 전용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누구나 인터넷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프로그램을 인터넷 방송국의 공짜 채널에 띄우면 새로운 방송이 탄생한다.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받아 자신의 PC에 설치한 후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방송채널을 제공하는 사이트로는 라이브투닷컴(http://www.liveto.com).채널인(http://www. channelin. com).이즈랄(http://www. ezral. com).셀프TV(http://www. selftv. com) 등이 있다.

그러나 폭발적인 성장의 이면에 인터넷방송이 안고 있는 문제도 적지 않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인력과 시간이 투자되는 반면 광고 이외에 마땅한 수익원이 없기 때문이다.

수익을 남기는 나머지 사이트들도 유료 사이트인 성인 인터넷 방송이 대부분. 그러나 앞으로 인터넷방송이 방송법 심의대상에 포함되면 이런 사이트들은 청소년보호법이나 국가보안법, 그리고 정보통신윤리강령 등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은 프로그램을 올릴 경우 저작권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사이버 방송에서도 KBS와 MBC.SBS 등 오프라인 방송국이 개설한 사이트들이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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