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로 가는 천안 농·특산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김경환 영농조합법인 그린농산 대표는 생산원가를 절감하면서도 생산량은 늘리는 재배기술을 개발해 최근 일본에 생 표고버섯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조영회 기자]

천안의 대표적 농특산품이 잇따라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다. 천안시가 주력 수출품목으로 육성하고 있는 ‘하늘그린’(천안시 농산물 공동 브랜드) 신고배가 독일 수출의 물꼬를 터 유럽시장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최근 성환읍 율금리 천안원예조합 작업장에서 신고배 13.6t의 수출 선적식이 열렸다. 이날 선적한 신고배는 독일 뒤셀도르프로 첫 수출 길에 올랐다. 이번 수출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독일 퀼른에서 열린 ANUGA 식품박람회에서 시식 및 홍보행사를 가진 뒤 결실을 맺은 것으로 수출물량은 5㎏ 2720박스로 3만1000달러(3300만원)에 달한다.

이번 수출을 계기로 그동안 미주, 동남아 등에 편중돼 있던 천안 배 수출이 유럽시장까지 확대됐다. 천안 배는 지난달 말까지 4807t을 수출해 885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241t, 중국 46t, 대만 1377t, 동남아 2135t, 기타 8t 등이다.

이와 함께 천안의 대표적인 토속음식인 병천순대도 일본 수출에 나선다. 최근 병천순대 웰빙명품화사업단(단장 양용준 상명대 교수)과 일본 효고현 ‘히메지 오뎅조합’이 민간교류 및 농특산물 수출 창구개설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번 업무협약에 천안명물인 우리 밀 호두과자사업단(대표 송재근)도 동행해 천안호두과자의 일본 수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하늘그린 생 표고버섯도 최근 일본에 수출됐다. 성남면과 광덕면에 생산단지를 갖고 있는 영농조합법인 그린농산(사진·대표 김경환)에서 생산한 생 표고버섯 810kg이 관내 농업회사 법인 인덕 F&D(대표 김홍규)를 통해 일본 수출 길에 오른 것이다.

일본 수입을 맡은 만지큐(MANCHIKYU)는 소포장 단위(100g) 8100개 표고버섯을 일본 수도인 동경시내 마켓 등 150개 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에 수출된 표고버섯은 100g단위 1팩에 80엔(1200원)에 판매될 예정으로 내수가격 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이다.

현지 호응도에 따라 매월 100g 소포장 4만3200개(4320kg)를 수출하기로 계약한 상태로 천안의 대표 신선농산물 수출품목인 천안배, 새송이 버섯에 이어 새로운 수출 유망품목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다음은 김경환 영농조합법인 그린농산 대표와 일문일답.

-특별한 표고버섯 재배기술이 일본 수출을 가능하게 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참나무 원목에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톱밥 배지(인공배양에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있는 고체혼합물)에서 재배한다. 톱밥 배지를 사용할 경우 참나무에 비해 생산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중국산을 수입해 왔다. 톱밥 배지 재배방식을 도입하면서 생산원가를 낮춘 것이 일본 수출 길을 연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기술 개발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생산량을 향상시켰다고 들었다.

“고압살균 방식을 저온살균 방식으로 전환, 생산량이 배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배지를 바닥에 세워 재배하는 중국과는 달리 6단 균상에 올려 재배량을 2.5배 이상 올렸다. 중국과 대만은 1년에 한 번 생산하지만 우리는 안정적인 재배공급으로 1년에 2번 생산한다. 이런 재배방식을 통해 통상 연간 4배 이상의 수확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린농산에서 연간 생산되는 버섯이 1500t(표고버섯 500t) 정도다.”

-많은 양을 생산하면 그만큼 소비처가 충분한가.

“2009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에 표고버섯 시장만 7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라면’ 같은 면류를 판매하는 4대 메이커가 있는데 이중 ‘농심’만 따져도 연간 4000t~6000t의 표고버섯을 소비하고 있다. 적정가의 표고버섯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만 갖춘다면 면류업체가 굳이 중국산을 수입해 쓸 이유가 없다. 소비처는 무궁무진하다.”

-농심과 함께 시험재배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수입 표고버섯을 국내산으로 전환시켜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2008년 농심을 찾아갔다. 처음엔 반신반의 했지만 지금은 농심도 표고버섯 국산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함께 시험재배를 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단가만 맞으면 굳이 중국산을 써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생산원가를 낮추고 생산량을 늘리는 시스템을 좀 더 보완하고 다른 농가에 확대 보급한다면 농심에서 원하는 만큼 공급이 원활해 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

-다른 농가에도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있나.

“시장은 큰데 많은 생산농가들이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수입 표고버섯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국내 표고버섯 생산 농가들이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량을 늘린다면 우리도 뉴질랜드의 ‘제스프리’처럼 글로벌 브랜드를 갖지 못하리란 법이 없다. 그래서 누가 됐던 재배기술을 묻는 농가가 찾아오면 모든 노하우를 전수한다. 대신 같은 꿈을 꾸자고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기술이다. 어느 정도 이를 실현해 냈지만 생산시설을 자동화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자동화만 실현해 낸다면 원가를 지금보다 30% 정도 더 낮출 수 있다. 재배속도도 3배 이상 빨라진다.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천안시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는 만큼 이 또한 실현 가능하리라 본다. 천안 하늘그린 표고버섯이 세계 시장을 점령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