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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공약 따져보기 - 어린이집·보육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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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이를 어디에 맡길까.” 맞벌이 부부라면 한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서울에 사는 만 5세 미만 어린이 수는 50만 명을 넘는다. 하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믿을 수 있어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수는 643개(5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국공립 어린이집 보내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구다. 강남구에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37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다. 하지만 대기 인원이 1000명이 넘는 어린이집만 23곳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이 점에 주목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 모두 “국공립 어린이집 수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강조점은 다르다. 나 후보는 수요에 비해 시설이 부족한 만 0~2세 영아를 위한 어린이집 100곳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포함해 구별로 10개씩 250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박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현재 11%)을 전체 어린이집의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동별로 2개 이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존 서울시의 확충 계획(1000개)보다 700개를 더 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공약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단 수요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실제로 어린이집 대기자 중에는 일단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보자는 식의 지원자가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집 측에서 자리가 나서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면 대기자 10명 중 7명은 이미 다른 곳에 다니고 있다고 답한다”고 설명했다.

 예산도 문제다. 나 후보는 250개 어린이집 건설 비용으로 한 곳당 10억원씩 2500억원을 예상했다. 박 후보는 700개 어린이집을 짓는 비용을 2658억원(한 곳당 3억8000만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 어린이집의 건설 비용은 평균 25억~40억원에 달한다. 강남에선 140억원이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어린이집을 어느 곳에 어떤 방법으로 확충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련 한국방송통신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시설 수를 늘리는 것보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민간 어린이집(서울 5227곳)을 내실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어린이집=보호자의 위탁으로 영유아를 보육하는 기관이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의 감독을 받지만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관리를 받는다. 유치원은 만 5~6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지만 어린이집은 만 0~6세를 대상으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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