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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최동원을 위해, 최동원처럼 던진 송승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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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송승준

하늘에 바친 1승.

 롯데 송승준(31)은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이닝 5피안타·1실점으로 호투해 승리 투수가 됐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를 찍었고, 포크볼은 마음먹은 곳에 꽂혔다. 이날은 송승준이 처음 오른 플레이오프 마운드였다. 그는 ‘큰 경기에 약한 투수’라는 오명을 떨쳐버렸다.

 송승준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올해 SK와의 경기에서 잘 던졌지만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SK는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조심해야 할 타선”이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최동원 선배의 1984년 한국시리즈 투구를 여러 번 봤다. 많이 배웠다.”

 최동원은 송승준의 경남고 22년, 롯데의 24년 선배다. 송승준은 “다른 건 몰라도 최 선배에 대한 말은 등판 전까지는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과 팀에도 중요한 경기지만 대선배의 이름에 누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5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송승준은 가슴에 담아뒀던 말을 했다.

 “돌아가신 최동원 선배님을 위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맞붙겠다.”

 그가 경기 화면을 보며 배운 건 뭐였을까. 송승준은 경기 전 포수 강민호에게 말했다. “홈런을 맞더라도 처음부터 정면 승부를 하자.” 강민호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송승준은 1회 초 3번 최정을 시작으로 2회 초 6번 안치용까지 SK 중심 타자를 상대로 4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송승준은 경기가 끝난 뒤 “최 선배와 나는 던지는 공이 다르다. 그러나 마운드 위에서 어떤 정신으로 공을 던지는지, 태도를 닮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본 최동원은 ‘어떻게 저렇게 던질 수가 있나’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공격적인 투수였다.

 송승준은 고인이 한 말을 기억한다. 2009년 7월 3연속 완봉승 기록을 세운 직후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이던 최동원이 구장에서 손짓을 했다. 그러고는 “지금 나와 가장 많이 닮은 선수는 너다. 나이가 먹더라도 직구로, 공격적으로 던져라”라는 조언을 했다.

  송승준은 자신을 최동원에 비교하는 데 대해 “감히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에게는 대선배와의 약속이 남아 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1984년 선배가 싸운 삼성과 멋지게 맞붙는 것이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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