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美경기 둔화판단 시기상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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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성장률과 노동생산성 증가율 등 각종 경제지표가 둔화되고 있으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고위 관계자들은 아직 경기가 뚜렷한 하강기조로 전환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로버트 패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6일 '몇 가지 경제지표로 볼 때 미국의 경기가 어느 정도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연착륙 기조가 확실하게 굳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패리 총재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해안지역의 부동산시장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 최근의 경제지표를 감안할 때 오는 27-28일 공개시장위원회가 정책결정(금리인상 유보)에 합의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전문가들이 최근의 성장률 둔화, 노동생산성 향상, 실업률 증가, 물가안정세 등에 비춰볼 때 FRB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경기지표의 추이가 어떻게 진전되는지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미국 정부가 인플레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것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면서 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번 회의에서 경기가 상승국면을 보이고 있는 뚜렷한 징후들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로런스 메이어 FRB 이사도 6일 FRB는 수년동안의 과열성장으로 누적된 인플레 압력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 1.4분기에 5.4%를 기록한 미국의 성장률을 연율 기준 4% 이하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고 밝혀 금리의 추가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메이어 이사는 보스턴 경제인 클럽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최근의 경제지표는 미국의 인플레가 즉각 진정될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증거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상당수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이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을 3.5-4%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로버트 맥티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잭 가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 5일 경기가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하강기조가 정착됐는지 여부는 각종 경기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리 총재, 메이어 이사, 가인 총재는 연방기금 금리의 인상을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의 위원이다.

한편 미국의 노동생산성(농업부문 제외)이 올 1.4분기에 연 2.4% 증가했다고 미 노동부가 6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4분기의 연 6.9%보다 크게 둔화되기는 했지만 미국의 노동생산성 향상 추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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