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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팔의 눈물 … 아이브 “잡스에게 상처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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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스티브 잡스가 무대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며 찬사를 받을 때 한 남자는 속으로 울었다. 경쟁사 사장 이야기가 아니다. 애플의 수석디자이너이자 부사장인 조너선 아이브(44·사진)는 “잡스가 나의 창의성을 자기 것처럼 얘기할 때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잡스의 오른팔로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를 디자인해 ‘애플의 아르마니’라고 불리는 그다. 아이브는 무대 위 잡스가 내뿜는 혁신의 사자후를 들으며 “몸에서 가시가 돋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25일 전 세계 동시 출간되는 잡스의 전기작가 월터 아이잭슨과의 인터뷰에서 꺼내 놓은 속내다. 17일 중국시보가 전기 내용 일부를 입수해 보도했다.

 생전 잡스는 아이브에 대해 “애플의 핵심을 이해하는 사람” “애플에서 나의 마음의 동반자”로 표현했다. 지난해 아이폰4 발표회에서 애플 기기용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을 선보이기 위해 잡스가 즉석에서 전화를 연결한 대상도 아이브였다. 두 사람은 ‘혁신과 창의의 소울메이트’였던 셈이다.

 문제는 혁신의 성과가 잡스에게만 집중된다는 것이었다. 아이브는 아이잭슨에게 자신의 ‘불편한 경험’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잡스는 강단 위에서 모든 게 자신의 창의력에서 나온 것처럼 연설했어요. 나는 관객석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봤죠. 그 모든 생각과 아이디어가 적힌 내 수첩을 손에 쥔 채로 말입니다.”

 1967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아이브는 욕실 세면대와 변기를 디자인하는 회사에서 일하다 92년 애플에 합류했다. 그의 재능이 빛을 발한 것은 97년 잡스가 복귀하면서다. ‘아이맥’ 프로젝트의 전권을 맡은 그는 대성공을 거뒀고 천재 디자이너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잡스 사후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아이브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잡스의 정신과 디자인을 이어 갈 이로 꼽히기 때문. 아이브는 잡스에 대한 서운함도 털어놨지만 “잡스는 애플의 목표가 단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소신이 있었던 인물”이라며 여전한 존경심도 나타냈다. 그는 아이잭슨에게 이같이 말했다. “잡스가 끊임없이 일을 추진해 주고 여러 압력을 막아 줬기 때문에 애플 제품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아이디어들은 다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렸을 걸요.”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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