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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X100m 흑두루미, 순천만 논에 나타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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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남 순천만의 황금빛 들녘에 벼의 색깔 차이를 이용한 거대한 흑두루미 그림과 ‘2012 여수세계박람회’,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홍보 문구가 수놓아져 눈길을 끌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1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용산전망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망루에 오른 김상환(37·부산시 영도구)씨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순천만의 들녘 한 복판에 커다란 흑두루미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곁엔 ‘2012여수세계박람회’와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일반 벼와 검은색 벼의 색깔 차이를 이용해 만든 거대한 농작물 조형 작품이다. 김씨는 “황금빛을 띤 벼 포기 사이에 흑두루미가 생생하게 표현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조형물의 재료가 논에 심은 벼라는 게 더 신기하다”고 말했다.

 ‘생태계의 보고’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내려 앉았다. 노랗게 익은 일반 벼 사이에 검은색 찰벼를 심어 행운의 상징인 두루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 조형물은 순천만의 풍요로움과 전남에서 열리는 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박람회를 알리는 문구는 자주색의 자도벼로 꾸몄다. 농산물을 이용해 볼거리를 만드는 ‘경관농업’이 순천만을 명품 관광지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경관농업은 농경지와 농업의 가치를 높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한다. 지자체가 농민들의 안정적 소득 보전을 위해 계약재배, 항공방제 등을 지원한다. 인근 농가 97곳은 매년 3월 5억6500만원의 영농보상금을 먼저 받고 쌀농사를 시작한다. 또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과 항공방제, 친환경 약제 지원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흑두루미 형상화에 쓰인 녹원찰벼와 자도벼는 1㎏당 5000원 정도로 일반 쌀(3000원)에 비해 1.5배 이상 비싸게 팔려나간다.

 친환경 경관농업은 흑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를 보호하는 역할도 크다. 순천만을 찾은 철새들에게 풍부한 먹이와 쉼터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두루미나 박람회 홍보 문구 형태에서 자란 친환경 쌀은 일부러 수확을 늦게 한다. 떨어진 낱알을 겨울 철새들이 먹게 하기 위해서다.

 순천시는 2008년부터 농촌·자연·사람의 공생을 목표로 순천만에 친환경 경관농업을 도입했다. 올해는 여수시와의 상생·협력을 위해 ‘여수세계박람회’ 문구와 흑두루미를 새로 도안했다. 흑두루미는 1만500㎡ 들녘에 가로 35m, 세로 100m 크기로 3마리를 형상화했다.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는 행운과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길조다. 두루미 옆에는 박람회 홍보 문구가 2만4000㎡ 면적의 논 가운데에 새겨져 있다. 최덕림 순천만정원박람회조직위 사무국장은 “순천만의 자연생태 환경을 이용해 여수와 순천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알리기 위해 벼를 이용한 경관농업을 도입했다”며 “순천만에 행운을 상징하는 흑두루미가 사계절 내내 날아들기를 기원하는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글=최경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경관농업=농지와 농작물로 볼거리를 연출해 농경지와 농업의 가치를 높인다. 논·밭에서 자라는 대규모의 유채꽃, 청보리 등이 대표적인 경관농업 작물이다. 벼를 활용한 경관농업은 순천시가 처음 시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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