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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운업계 ‘머스크 리스크’에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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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아이빈드 콜딩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머스크라인(Maersk Line)이 24일부터 ‘데일리머스크’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아시아~북유럽 노선 서비스를 실시한다. 머스크라인은 전 세계 물동량의 4분의 1 이상을 주무르고 있다. 업계 1위 회사의 이런 적극적 행보에 3중고(고유가·운임 하락·선박 과잉공급)를 겪고 있는 국내 해운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이빈드 콜딩(52) 머스크라인 최고경영자(CEO)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데일리머스크를 “해운산업의 새로운 혁명”이라고 칭했다. 이 서비스에는 총 70척의 컨테이너 선박이 투입된다. 중국·말레이시아의 주요 항만 4곳(중국 닝보·상하이·옌톈, 말레이시아 탄중펠라파스)과 영국(펠릭스토)·네덜란드(로테르담)·독일(브레멘하벤) 같은 유럽 주요 항만 3곳에서 매일 컨테이너선을 띄우는 서비스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일종의 ‘컨베이어벨트’로 매일 컨테이너를 나른다. 한 노선에 이처럼 대규모로 선박을 띄우는 일은 전례가 없다. 이제까지는 통상 한 선박회사가 같은 노선에 10대 이상 선박을 투입해도 ‘물량 공세’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일반 해운업체들은 보통 일주일에 1회 정도 배를 띄운다. 적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배를 띄워도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규모의 경제’로 이를 가능케 했다.

 이 서비스로 화주들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됐고 머스크도 컨테이너를 보관할 필요가 없게 돼 선적료를 절감하게 된다. 회사는 이 서비스를 통해 ‘시장 점유율 상승’과 ‘운항 원가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콜딩 사장은 “아시아~북미를 잇는 노선은 침체돼 있는 반면 아시아~유럽 노선은 매년 5~6% 성장하고 있다”며 “경험이 더 쌓이면 데일리머스크와 비슷한 서비스를 한국 고객들에게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해운업체들은 돈이 안 되는 노선을 축소하거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한진해운은 2009년 시작한 SJX노선 서비스를 다음 달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이 노선은 동남아에서 출발해 일본을 거쳐 미주에 이르는 노선이다. 4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이 투입된다. 이 회사는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안을 결의했다. 6월에는 25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를 발행해 1200억원을 차입금 차환에 사용하고 1300억원을 연료비 같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최근 t당 680달러까지 치솟은 선박 연료(벙커C유)를 가격이 저렴한 싱가포르항·로테르담항에서 공급받을 수 있게 수급지를 최적화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STX팬오션도 대만 완화이 라인 같은 아시아 해운회사를 모델로 틈새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 1위가 운임을 올리지 않는 이상 우리가 먼저 운임을 올릴 수는 없다”며 “경기가 좋아지길 기다리거나 지금처럼 운임경쟁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누가 끝까지 버티냐의 ‘치킨게임’”이라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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