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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공약 따져보기 - ‘한강르네상스’ 사업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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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한강르네상스 사업 중에서도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바로 80% 정도 진행된 양화대교 교각 간격 넓히기 공사다. 양화대교는 6000t급 선박이 서해에서 여의도와 용산으로 바로 들어오게 한다는 서해뱃길 사업과 관련돼 있다.

 16일 오전 나 후보는 양화대교 구조 개선 공사 현장을 찾아 “쌍둥이 다리인데 한쪽을 아치교로 완공하고 다른 한쪽을 그냥 둔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한강을 운행하는 배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예정된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의 입장은 반대다. 그는 TV토론 등에서 “이미 많은 돈(320억원)을 들였다는 이유로 100억원을 더 쓰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양화대교 공사는 이대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터미널과 수상호텔 건설 계획까지 포함한 서해뱃길 사업 전반에 대해서는 나 후보 측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경제성이 없는 만큼 중단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한강대교 인근 노들섬에 ‘한강예술섬’을 만드는 사업과 반포대교 남단 주변에 떠 있는 공연·전시장인 세빛둥둥섬 등에 대한 입장도 차이가 난다. 나 후보는 주요 사업에서 민간 투자 등을 유치해 필요한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반면 박 후보는 더 이상 한강에 예산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강예술섬은 대형 오페라 극장(1700석)과 심포니홀(2100석) 등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2005년 부지를 매입(550억원)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박 후보 측은 “노들섬으로의 대중교통 연결 사업까지 포함하면 약 1조원의 비용이 드는 낭비성 사업”이라면서 사업 중단을 공약했다. 그러나 나 후보 측은 “사업비가 많이 들지만 서울 서남권에 문화시설이 부족한 만큼 민간 투자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장이 지연되고 있는 세빛둥둥섬에 대해 나 후보 측은 “SH공사가 가진 지분 29.9%(원금 기준 약 128억원)를 매각해 SH의 빚을 갚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이 시설은 민간투자로 1326억원을 들여 조성됐지만 최근 시행사와 이 시설을 빌려 사용하기로 한 업체가 갈등을 하면서 개장이 지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빛둥둥섬은 순수 민간시설로 전환된다. 반면 박 후보 측은 “세빛둥둥섬 건설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공사가 끝난 만큼 경영 계획을 검토해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두 후보의 공약에 대해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나 후보의 정책에는 사업비 조달 부분이 없고, 박 후보의 정책에는 오 전 시장이 추진한 사업에 대한 중단 계획만 있다”며 “나 후보는 예산 마련과 민자 유치 방안을, 박 후보는 기존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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