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송악산개발 제동 의미] '환경 가치권' 큰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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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소지가 많아 집중심리와 판결선고 전까지 어떤 형태의 사업진행도 용납하지 않겠다."

본지의 특종보도로 불거진 송악산 분화구지대내 대형 레저타운 개발논란에 대해 재판부가 내린 결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공사중지' 정도의 결론이 나올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제주지법 행정부는 사업시행승인 효력을 정지, 개발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강도높은 처방을 내렸다.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이중분화구 화산에 대한 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제주도에 의해 전격적으로 승인된 송악산관광지 개발사업은 남제주리조트개발(대표 金益珍)이 사업자다.

산의 중심부인 2차 분화구만을 제외한 '1차 분화구 지대를 파헤쳐 물놀이공원.호텔.콘도.놀이시설.쇼핑센터.곤돌라 등 대대적인 시설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이 제주도가 지정한 '절대보전지구' 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사업은 자연공원법.제주개발특별법의 자의적 해석, 화산환경 영향을 사실상 평가하지 않은 환경영향평가서, 사업승인 직전 절대보전지구를 포함한 군유지를 업자에게 매각한 조치 등 특혜 시비, 외자유치 계획 불투명 등 복합적인 문제거리를 양산해왔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7개 환경단체는 세계적 이중분화구인 송악산에 대해 제주도가 졸속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사업승인을 내주자 '위법이자 특혜조치' 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국내 지질학자와 제주도내 학계.시민단체 역시 성명서.감사청구서 등을 통해 "환경영형평가가 엉터리" 라며 영향평가 재조사와 계획의 전면수정을 요구해왔다.

반면 제주도.남제주군은 "법적 하자가 없다" 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외자유치 효과가 큰데다 주민 숙원사업" 이라며 철회 요구에 저항해왔다.

제주지법이 5일 내린 결정은 환경단체의 손을 힘있게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사업승인 절차에 위법사유가 있는데다 신청인(환경단체.지역주민)이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 는 가처분 결정에서는 이례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소송 원고측이 법으로 보호받을 직접적.구체적 이익을 가져 '당사자 적격' 이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제주도측 주장은 일리가 없다" 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환경단체측 소송대리인인 김승석(金承錫)변호사는 "재판부가 송악산의 학술.경관.문화재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어 본안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충분하다" 고 해석한다.

송악산소송은 또 수질.대기오염 등에 대한 소송이 아니라 세계적 환경자원의 보호를 주장하는 '환경가치권' 을 주장한 첫 사례란 점에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가야산골프장 허가취소 판례가 팔만대장경의 훼손을 막기 위한 해인사의 문화재가치 주장을 받아들인 사례라면 송악산은 '경관.환경자원적 가치' 에 대한 새로운 판례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재판부가 환경의 날(5일)에 내린 이 결정은 환경단체가 '더 큰 선물' 을 안을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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