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처럼 튀는 자율경영인

중앙일보

입력

버추얼텍은 홍대입구에 있다. 정보통신의 메카 테헤란벨리를 마다하고 이 곳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서지현 대표는 명쾌하게 대답한다.

“테헤란벨리보다는 땅값이 싸니까요. 거기서 생긴 여유자금은 근무환경 개선에 사용했지요.”

''개선''의 위력은 십분 발휘되었다. ''젠(zen)'', ''테크노(techno)'' 등 다양한 형식으로 디자인된 회사내부 정경이 오렌지군단 버추얼텍(www.virtualtek.co.kr)의 이미지를 한결 밝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탄탄한 기업, 버추얼텍

버추얼텍은 정보통신계에서 한창 ‘잘나가는’회사다. 1996년 인터넷 기반의 인트라넷 그룹웨어 ‘인트라웍스’ 를 개발하여 미국, 일본 등지로 활발한 수출활동을 벌여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1월에 있은 코스닥 등록을 앞둔 청약에서는 57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탄탄한 기술력, 민첩한 마케팅으로 내실을 다지는 한편 시대에 맞춰 적절히 변화하고 있기도 하다. WAP기반의 무선인터넷 그룹웨어 솔루션 ‘인트라웍스 왑 에디션’개발 및 수출, 단국대와 공동으로 의료 벤처인 ‘버추얼메디’설립, 제너시스 멀티미디어에 투자하여 사이버아파트 사업참가…이밖에도 ASP, UMS 관련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모두 서지현 대표의 ‘잘 할 수 있고, 해야 할 필요가 충분한 것’이라는 판단아래 이뤄진 것이다. “무선인터넷 솔루션은 남들이 하기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인트라넷 개발의 범위가 자연스레 확장된 거죠. 무선인터넷에 관해 콘텐츠 개발은 많지만 솔루션 개발은 비교적 많이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어요.”

실제로 ‘인트라웍스 왑 에디션’의 미국버전인 ‘조이데스크 왑 에디션’은 미국 폰닷컴사와 마케팅 제휴를 맺어 세계적 수준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버추얼텍이 50%를 투자한 버추얼메디도 효자노릇을 하고 있지요.” 이외에도 많은 사업이 순조로운 편이다. 1/4분기 영업이익이 작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현재의 소식은 접어두고라도 최근 시작한 화상회의 솔루션 등으로 미래의 전망도 밝을 듯.

남성-여성 이분법적 사고는 사절

서지현 대표 약력
부산출생
홍익여고 졸업
연세대 전산학과 졸업
아이오시스템 설립
㈜버츄얼아이오시스템 법인전환
''인트라웍스'' 개발 출시
일어버전 ''인트라2000'' 개발 출시
영문버전 ''조이데스크'' 개발
미국 기술지원 현지법인 VirtualTek USA Corp. 설립
㈜버추얼텍으로 상호 변경

이쯤에서 사람들은 호기심이 생긴다. 이토록 빛나는 업적을 쌓아오기까지 여성의 몸으로 감수해야 했던 어려움은 얼마나 컸을까하는.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어려웠던 과거를 술회하는 이의 그것이 아니다. “여자라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요?”

“없었어요.”

설마. 비교적 성별에 따른 차별이 희박한 정보통신업계라고 하지만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다른 세상과도 철저한 교섭이 이루어져야 되는 일.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여성이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 3대로 창업을 결심하는데서부터 인생역정의 파노라마가 펼쳐졌으리라는 생각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순간순간 어려움이 왜 없었겠어요. 그렇지만 될 수 있는 한 개인적인 감정이나 불필요한 일들은 좋은 방향으로 해소하자는 식으로 저 자신을 단련해왔죠.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는 ‘남녀’의 문제보다는 ‘성격’의 문제가 더 큰 화두일 듯 해요”

그녀는 ‘남성’이니 ‘여성’이니 하는 식의 획일적인 사고방식이 도무지 싫다.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 그가 속한 집단으로서가 아닌 그만의 자질, 특질, 성질로 판단하는 시각을 가지기 위해 항상 주의한다.

“성공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자율’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자율이야말로 개개인의 특질이 가장 자유롭게 드러날 수 있게 하죠.” 이런 그녀의 신념이 반영되어 버추얼텍은 자유로운 벤처기업 내에서도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게 되었다.

자유로운 시간제에 개발부문은 복잡한 직급체계없이 팀장과 팀원으로 구분되어 극히 수평적인 관계다. 최근 사원이 늘어 80여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픈게 그녀의 바램이다.

''인맥''과 ''조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경영에 필요한 항목들에 대한 물음에 서지현 대표는 우선 ‘기술력’과 ‘마케팅능력’을 언급하고는 곧바로 ‘인맥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비교적 순탄하게 사업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데는 꾸준히 다진 기술력 외에 자연스레 쌓아온 여러 사람들과의 교우관계가 기반이 되었다.

특히 ‘1기’라는 이름으로 한층 친밀해진 연세대 전산학과 동창들은 개인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그녀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 왔다.

이러한 여러 장점과 운이 작용하는 가운데 버추얼텍은 올해에도 많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만큼 나스닥 상장은 이뤄야 할 꿈. 지금까지 매출 중 30%를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도 절반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해외로 뻗는 버추얼텍의 중국진출은 근간에는 보기 힘들 듯. 여러 곳에서 제의가 오고 있지만 중국시장의 고도로 발달한 복사문화 등 경영수익면에서 점검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한가지 사업을 실행하려면 그 수배, 수십 배에 달하는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미래의 행복을 위한 길.

버추얼텍을 이끌어온 사람, 그리고 그녀의 개성

사원 모두가 만족스런 업적을 향유하면서 ‘즐겁게’ 생활하는 것. 이것은 서지현 대표뿐만 아닌 모든 기업가들의 목표. 그러나 사람 좋아하고 활력넘치는 그녀에게 그것은 한층 절실한 임무로 느껴진다.

그래서 좋아하는 락카페에 갈 시간도 없을 만큼 미팅일정에 쫓겨 살아가면서도, 체질에 맞지 않는 비행기여행을 일주일에 몇 번씩 하면서도 새로운 사업구상, 사업분석에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것이다.

다시 인생을 시작한다면 도전하고픈 직업을 물으니 잠시 생각한 뒤 자연스럽게 ‘백댄서가 되어 보고 싶다’고 대답한다. 홍보팀장의 말에 따르면 옷을 살 때만 ‘여성’이 된다는 서지현 대표, 백댄서가 되어 보고 싶은 서지현 대표, 순수 국산기술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을 기발한 마케팅 전략으로 해외에 수출한 서지현 대표는 분명 동일인이다.

한 명의 개인이 이처럼 다채로운 색깔을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복잡한 요소를 자유롭게 흡수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서지현판 석세스 스토리''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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