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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한국의 월가’에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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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금융권은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이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월가 시위’에 비춰 한국 금융권을 매섭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고급 간부, 억대 연봉 체계에 대해 금융권 스스로 답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권에 대한 반발 시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권에 경고음을 보낸 것이다.

  그는 먼저 금융권의 높은 임금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한계 지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는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 배당잔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를 배당하라고 하진 않겠다”면서도 “위기를 앞두고 흥청망청할 수 없고 스스로를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금융인의 사회적 책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옛날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였지만 이제는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라고 말했다. “이제는 가진 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판의 배경엔 금융권의 뼈아픈 ‘과거’가 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직접 공적자금 160조원을 (부실 금융사에) 넣은 사람”이라며 “금융회사를 지금처럼 건실하게 만든 것은 국민의 피땀”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금융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김혜미 기자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사회 지도층의 의무를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부(富)에도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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