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 ‘코리아F1’은 외국인 만의 잔치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코리아포뮬러1(F1)이 14일부터 3일간 전남 영암에서 열린다. 전 세계 모터 스포츠 팬들의 축제이자 기업 홍보의 장이다. 연간 27조원의 거대자본이 움직여 일명 ‘비즈니스 레이싱’이라 불린다. 이뿐 아니다. 광고·방송중계료·입장료 수입을 합치면 연간 4조원이다. 참가 12개팀에 대한 기업스폰서만도 4조원이 넘는다. 이들 기업들은 경주차나 드라이버의 옷·헬멧에 자사 로고를 붙여 홍보한다.

 이런 글로벌 홍보의 장이 한국에서 열리는데, 막상 한국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아쉬움이다. 약 100억원이 들어가는 대회 타이틀 스폰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구하지 못했다. 지역 연고를 둔 GS칼텍스(윤활유 부문) 같은 회사들이 서킷에 광고판을 걸어주는 정도다. 중국·인도·말레이시아 경기에서는 자국 대표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다. 한국 기업 노출은 LG가 유일하다. LG는 코리아F1과 관계없이 2008년 F1조직위에 수천만 달러를 내고 2009년부터 올해까지 전 경기를 지원하는 글로벌 스폰서 계약을 했다.

 F1의 3대 스폰서는 금융·IT·자동차다. F1조직위도 한국이 이런 업종에 강해 개최지로 선택했을 정도다. 한국에는 이런 기업이 여럿이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기아차가 대표 선수다. 이들 기업이 코리아F1을 외면하는 이유는 이렇다.

 한국은 아직 모터 스포츠 인구가 수만 명에 불과한 데다 전남 영암의 비즈니스 여건 부족을 꼽는다. 또 다른 속내는 F1이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 ‘애국심 마케팅’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WBC 야구게임은 국가 대항전이라 애국심 마케팅을 보고 앞다퉈 스폰서로 줄을 선다. 코리아F1은 이름과 장소만 한국일 뿐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 잔치다. 한국인 드라이버는커녕 레이싱 팀에 한국인 기술자나 운영자를 찾아볼 수 없다. F1 드라이버만 해도 일본은 20명 넘게 배출했고 인도나 말레이시아에서도 나왔다. F1이 한국에서 가을 축제로 자리 잡으려면 이처럼 외국인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만 바랄 수 없다.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드라이버도 육성하고 어떤 기업이라도 혹할 수 있는 투자 여건을 내걸어야 한다. 기업들의 참여가 절체절명의 과제다.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