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맙다, 하승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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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하승진(가운데)이 SK 알렉산더 존슨을 앞에 두고 골밑슛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하승진(26·2m21㎝)의 높이가 KCC의 개막전 악몽을 풀었다.

 KCC는 1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하승진(8점·14리바운드·2가로채기)의 활약에 힘입어 SK에 92-66으로 이겼다. KCC 입장에서 매우 의미 있는 승리였다. KCC는 슬로 스타터다. 2007~2008 시즌 동부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 KT와의 개막전까지 모두 졌다. ‘개막전 징크스’는 악몽이 되어 갔다. KCC의 허재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매년 지니까) 개막전이라는 의미가 없어졌다”며 “나도 출발을 잘하고 싶다”고 푸념했다.

 2006년 10월 21일 열린 2006~2007 시즌 개막전에서 이긴 상대도 SK였다. 개막전 26점 차 승리는 국내 프로농구 사상 최다점수 차 기록이다. 지도자로서 데뷔전을 한 문경은 SK 감독대행은 프로의 매운 맛을 호되게 봤다.

 센터 하승진은 9월 말까지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느라 팀 훈련을 거의 못했지만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SK의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선수 알렉산더 존슨(2m8㎝) 앞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존슨은 2006년 NBA 신인 드래프트 45순위로 멤피스 그리즐리스에 지명됐던 선수다.

 하승진은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했다. “개막전에서는 공격보다 수비가 중요하다”는 허 감독의 지시에 잘 따랐다. 몸 상태도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무리하지 않았다. 산책하듯 서서히 뛰었지만 SK 수비진이 전혀 막지 못했다. 그 결과 25분27초를 뛰며 리바운드를 14개나 잡아냈다. 공격 리바운드도 네 개나 됐다. SK 황성인의 공을 두 번이나 가로채기도 했다. 공격을 할 때도 무리하지 않았다. 확실한 기회가 올 때까지 슛을 아꼈다. 슛을 다섯 개 던져 네 번 림을 통과시켰다. 맞대결을 한 존슨은 20점(10리바운드)을 넣었지만 열아홉 번 슛을 던져 아홉 번 성공하는 데 그쳤다.

 공격에서는 전태풍(31·1m80㎝)과 신인 김태홍(23·1m93㎝)이 펄펄 날았다. 전태풍은 팀 내 최다득점인 15점(6도움)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일곱 번 슛을 던져 모두 성공할 만큼 정확했다. 김태홍도 데뷔전에서 14점·5리바운드·3블록슛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반면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기대되는 SK의 김선형(23·1m87㎝)은 12점을 넣었지만 의욕이 지나쳤는지 무리한 플레이를 많이 해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전주=김환·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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