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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외이사들 시각]

중앙일보

입력

"그룹 체제에서 얽히고 설킨 계열사간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느냐가 독립경영 성공의 관건입니다."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들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3부자의 경영일선 퇴진 발표를 지켜본 충격과 감회가 남달랐다.

오너 경영진의 퇴진으로 이사회의 권한이 막강해지고, 사내 감사위원회의 주요 멤버이기도 한 사외이사들의 역할과 책임 또한 커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독립.책임경영 체제로의 변화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환영할 만한 결단" 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각사를 끌어갈 전문경영인들이 위험과 기회에 한꺼번에 노출된 만큼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바람직한 변화다〓현대상선 사외이사인 모 교수는 "개발연대에는 경영전문가가 부족했기 때문에 혜안과 과단성을 가진 정주영 같은 영웅을 필요로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면서 "때늦은 감은 있지만 鄭명예회장이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본다" 고 말했다.

기아차 사외이사인 모 교수는 "지배구조 개혁에 관한 첫 걸음을 현대가 내디뎠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고 말했다.

그는 1998년 도입한 사외이사 제도가 오너 경영체제라는 두터운 벽에 밀려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으나 현대가 인적 고리를 끊음으로서 이 제도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전자 사외이사인 모 교수는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본다" 면서도 "몽구.몽헌 형제는 아직 나이가 있고 의욕도 넘치기 때문에 복귀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고 전망했다.

◇ 계열사 연결고리를 제대로 끊어야〓현대중공업 사외이사인 박진원 변호사는 "사외이사가 된 뒤 곤혹스런 결정을 한 적이 있다" 면서 "앞으로 과거의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의 고리를 빨리 정리해야 독립 경영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으려면 이사회가 의미있는 토론의 자리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사진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종합상사 사외이사인 모 변호사는 "계열사간 관계가 하루아침에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단절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모 사외이사는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살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면서 "특히 해외기업과 합작하는 등 제휴해 기업문화를 국제화하는 게 시급하다" 고 말했다.

◇ 전문경영인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돼야〓현대전자 사외이사인 우창록 변호사는 "전문경영인의 결단에 따른 성과를 직접적으로 보상해야 한다" 고 말했다.

禹변호사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스톡옵션 제도 등 보상체계를 확보하지 않으면 모험을 동반한 '기업가 정신' 은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종합상사 사외이사인 모 변호사는 "전문경영인이 몸을 사리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면서 "어떤 사람을 영입하더라도 책임과 보상을 함께 해주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모 사외이사는 "투자할 것은 자신의 판단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전문경영인의 용기가 필요하다" 면서 "오너의 지시나 안중보다는 회사와 주주의 눈치를 살피는 습성을 빨리 길러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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