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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임대 아파트에 은퇴자들 몰린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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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서울 목동에 서는 김정모씨(가명, 69)는 최근 용인 신동백 지구에 분양하고 있는 서해그랑블2차 전용면적 117㎡형을 계약했다. 김씨 부부가 살긴 크지만 부분임대형 설계를 도입한 주택형을 계약했다.

일부 공간을 독립한 설계로 전세로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퇴직한 이후 출가한 자녀들의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고 싶어 안정적인 고정수입을 기대하고 부분임대형 아파트를 계약했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확산되면서 건설업체들이 도입한 부분임대형 아파트가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원하는 50대 이상 은퇴자들 사이에 인기다.

용인 신동백지구 서해그랑블2차의 경우 중대형인 117㎡형 계약자의 70%가 부분임대형을 선택했다. 분양대행사 이삭디벨로퍼 김태석 사장은 “과거엔 중대형 크기 주택의 청약자는 주로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0~50대였다면 부분임대형이 도입된 서해그랑블2차의 경우 월세 수익을 노린 60대 이상의 노부부들이 계약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17㎡형 아파트 중 임대공간은 20㎡ 정도로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 전세는 6000만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한양이 분양해 내년 입주 예정인 인천 영종하늘도시 영종 한양 수자인도 부분임대형을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59㎡형 소형임에도 내부 공간 일부를 취사가 가능한 독립된 원룸을 만들었는데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한양 관계자는 “부분임대를 도입한 238가구가 1순위에서 마감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며 “1~2인 가구는 굳이 전체 공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임대수입을 기대하면서 분양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중대형 수요자, 프라이버시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하지만 부분임대 아파트가 꼭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벽산건설이 지난해 부산대 인근에 분양한 ‘장전 벽산 블루밍’은 132㎡이상 크기에 두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수익형 평면을 선보였지만 중대형을 선택한 계약자는 대부분 수익형 평면이 아닌 일반 평면을 선택했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부산대 임대수요를 노리고 수익형 평면의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132㎡이상 중대형을 선택한 계약자의 90% 이상이 일반 평면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는 동부건설이 지난해 말 분양한 서울 흑석뉴타운 흑석센트레빌2도 마찬가지다. 전용 84㎡형 일부에 부분임대형 평면을 도입했지만 계약자는 거의 없었다.

이 회사 마케팅팀 이하징 팀장은 “분양가가 꽤 비싼 지역의 수요자는 자기 집 공간의 일부를 임대형으로 내놓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부분임대형 때문에 계약이 더 늘어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부분임대형은 지역이나 아파트 단지마다 모두 성공을 보장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중심부는 굳이 비싼 분양가로 부분임대형 주택을 분양받아 일부 공간을 임대로 내놓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 팀장은 “중대형을 선호하는 수요자일수록 전체 공간을 자신들이 다 쓰고 싶어 하지, 소액의 임대료를 위해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까지 감수하면서 일부 공간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정부가 전세난 해결책으로 중대형 평면에 부분임대 설계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수요자가 기대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며 “임대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3.3㎡당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지일수록 부분임대형 아파트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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