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보(湺)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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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삼국시대의 보(湺.개울 등을 막아 농사용 물을 가두어 두는 수리시설) 유적이 광주시 북구 동림동에서 확인됐다.

18일 호남문화재연구원(원장 윤덕향)에 따르면 택지개발사업지구에 포함된 동림동 일대에 대해 2003년 7월부터 대규모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이곳이 서기 400~600년께 대규모 취락이 있었던 유적임을 확인했다.

연구원은 특히 저습지 서쪽에서 남북으로 길게 자리 잡은 보 시설을 확인했다. 이 보는 현재 길이 약 15m, 너비 2.2m가 남아있는데 가장 아랫단에 지름 60cm 이상 되는 큰 통나무를 박은 다음 4~5m쯤 되는 나무를 4개 이상 비스듬히 층층이 쌓고 직각 방향으로 작은 나무를 걸친 모습을 하고 있다. 최상단 구조물은 측면이 비교적 견고한 말목을 이용해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히 고정하고 있다. 조사단은 "이 시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부분이 서로 연결돼 하나의 구조물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또 보 시설과 인접한 지점에서 두께 4mm가량의 얇은 나뭇조각을 층층이 압착시킨 것으로 너와집이나 목피지붕과 같은 지붕재료일 것으로 추정되는 적층목편(積層木片)도 발굴했다. 이에 따라 보 시설이 운영되던 때 이 일대에는 이런 지붕재료를 사용한 건축물들이 존재했을 것으로 조사단은 보고 있다.

발굴 결과 동림동 유적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유적과 유물이 확인됐으나 그 밀집도는 삼국시대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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