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척 원평해변 사라진 모래밭 1.4㎞ …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원평해변의 침식으로 방풍림인 소나무가 쓰러져 있다. 주민들은 침식으로 소나무 100여 그루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멀리 침식 현상의 주 원인인 궁촌항이 보인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읍 원평리 해변. 바다를 배경으로 소나무 숲 사이로 해양레일바이크가 설치된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완만한 경사를 이뤘던 이 해변이 높이 2m 정도의 낭떠러지로 변했다. 파도로 인한 침식 때문이다. 침식 현상으로 방품림인 소나무와 군 경계 철조망 대신 설치한 투광등이 쓰러졌다. 해양레일바이크 노선 인근까지 침식된 곳도 있다. 주민들은 파도가 더 높아지는 올 겨울을 걱정하고 있다. 시급히 대책이 마련 되지 않으면 마을 농경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마을 해변에 침식현상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봄부터. 강릉어항사무소가 궁촌항을 국가어항으로 정해 2006년 8월부터 방파제를 쌓고 물양장(소형 선박을 접안하는 부두) 등을 조성하면서 발생했다. 특히 방파제를 축조하면서 약간씩의 침식이 발생하다 지난해 길이 318m의 동방파제가 준공된 이후 침식 현상이 심해졌다. 김인호 강원대 해양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침식과 퇴적이 반복돼 균형이 이뤄졌으나 방파제가 조성된 이후 궁촌항 쪽은 퇴적만, 그 남쪽 바닷가는 침식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침식 피해를 입고 있는 강원도 동해안 가운데 원평 해변이 가장 심각하다고 밝혔다.

 삼척시는 원평해변에 길이 1.4㎞ 걸쳐 너비 20~30m 정도의 모래가 침식 현상으로 사라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태풍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침식 현상이 더 심해져 방풍림 소나무 10여 그루가 쓸려나가는 등 지금까지 100여 그루의 방품림이 사라졌다. 투광등도 쓰러져 마을 안쪽으로 옮겨 설치했지만 다시 쓰러지는 등 5개가 파손됐다. 현재 침식이 심한 곳은 주택과 30여m 정도 떨어진 곳까지 파여 나갔다. 삼척시가 340억원을 들여 조성한 해양레일바이크도 위협하고 있다.

 강릉어항사무소는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 모래를 넣은 마대를 쌓아 더 이상 침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응급복구 했다. 그러나 이마저 상당수가 침식됐다. 강릉어항사무소는 상황이 심각하자 3차 응급복구 설계를 마치고 빠르면 이번 주부터 공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응급복구로는 침식 현상을 막을 수 없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구 원평해변침식대책위원장(68)은 “지금 같은 대응으로는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항구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10만여㎡ 방풍림은 물론 마을 농경지 23만여㎡가 위협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릉어항사무소 장유비 개발1팀장은 “ 올해 말까지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침식 지역 앞 바다 속에 제방을 만들어 파도를 약하게 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방침”이라며 “다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항구복구에는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편 김인호 교수가 강원도 환동해출장소의 의뢰로 강원 지역 해안 침식 을 모니터링한 중간 결과 작년에 비해 우려할 만한 곳은 12곳에서 14곳, 심각한 지역은 8곳에서 12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