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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답답했다, 박주영은 빛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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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박주영(26·아래)이 후반 6분 선제골을 넣은 뒤 구자철(22)과 함께 팬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후반 6분. 서정진(22·전북)이 침투 패스를 찔러 줬다. 박주영(26·아스널)이 아랍에미리트(UAE) 수비수를 따돌리고 골문을 향해 달렸다. 마제드 나세르(27·알 와슬) 골키퍼가 각도를 좁히기 위해 달려나왔다. 박주영은 침착했다. 나세르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오른쪽 구석을 향해 오른발 땅볼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부상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박주영을 아랍에미리트 관계자가 위로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AE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세 번째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2승1무(승점7)로 B조 선두를 지킨 한국은 최종예선 진출을 눈앞에 뒀다. 최종예선에는 조2위까지 진출한다. 한국은 다음 달 11일 UAE에서 원정경기로 4차전을 한다.

 한국은 전반 내내 UAE의 압박 수비에 고전했다. UAE는 수비라인을 바짝 끌어올려 미드필드부터 한국 공격을 차단했다. 한국 선수들은 기술로 UAE의 수비수들을 제쳐내거나 빠른 움직임으로 빈 공간을 찾아내지도 못했다. 빠르고 긴 패스로 UAE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작전이 필요했다. 그러나 위력 없는 짧은 패스를 두어 번 주고받다 공을 뺏기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박주영의 두 차례 프리킥이 모두 수비벽에 막혔다. 다섯 번의 코너킥도 위력은 없었다.

 후반은 예정보다 늦게 시작됐다. 중앙선에서 멀지 않은 UAE 진영 잔디가 푹 파여 5분 정도 지체됐다. 팬들의 답답한 가슴을 박주영이 뚫었다. 후반 6분 만에 UAE 골문을 열었다. 수비 뒷공간을 찾아내 달리는 장면에서 프리미어리거의 클래스가 드러났다. 지난 7일 폴란드와의 평가전을 포함하면 박주영은 최근 네 차례의 국가대표 팀 경기에서 일곱 골을 넣었다. 또 중동 팀과 열여덟 번 만나 10골을 터뜨리며 ‘중동킬러’의 명성도 이어갔다. 서정진은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박주영의 두 골을 도운 데 이어 이날 또 어시스트를 기록해 대표팀의 새로운 오른쪽 날개로 떠올랐다.

 박주영의 골이 터진 뒤 경기 주도권은 한국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후반 18분에는 기성용(22·셀틱)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이 알 카말리(22·알 와다)의 머리에 맞고 득점으로 이어지는 행운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행운이 나오지 않았다면 한국은 큰일 날 뻔했다. 후반 46분 승리를 낙관한 나머지 집중력이 떨어진 한국 수비는 이스마일 마타르(28·알 와다)의 기습적인 침투에 한 골을 허용했다.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발 출전한 지동원(20·선덜랜드)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후반 28분 손흥민(19·함부르크)과 교체됐다. 지동원은 후반 7분 김영권(21·오미야)의 왼쪽 크로스를 달려들며 헤딩슛 했지만 골문을 살짝 넘어갔다. 하지만 브루스 감독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16일 열리는 아스널과의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에 지동원을 선발로 내세울 뜻을 밝혔기에 조금이라도 체력을 비축할 수 있게 된 데 만족한 듯했다.

한편 박주영은 후반 34분 동료 최효진과 충돌해 왼쪽 귀 윗부분이 찢어졌다. 응급 처치 후 이동국과 교체된 박주영은 경기가 끝난 뒤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후송돼 일곱 바늘을 꿰맸다.

수원=김종력 기자

◆ 11일 전적(수원월드컵경기장)

한국 2 - 1 아랍에미리트(UAE)

▶득점=박주영(후6분·한국), 함단 알 카말리(후18분·자책골), 이스마일 마타르(후46분·이상 UAE)

양 팀 감독의 말

조광래 감독=후반에 미드필드진에 변화를 주고 전방 스트라이커 움직임을 바꾸며 플레이가 좋아졌다. 중동 2연전은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다. 좀 더 스피드와 체력을 겸비한 선수를 교체멤버로 기용할 예정이다.

압둘라 메스페르 UAE 감독=한국이 UAE에 비해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피지컬에서 앞선다. 특히 한국은 손흥민·남태희·이동국 등 교체할 수 있는 공격 옵션이 많았다. 그 정도 교체 카드가 있었으면 UAE도 잘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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