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분석] 3개월만에 45층 아파트 골조공사 완료? … 北 노벨상감 신기술, 알고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평양에서 건설중인 살림집(아파트)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건설자재를 싣고 분주하게 오가는 트럭. 건설을 독려하는 고위 간부가 탄 외제차량도 보인다. 트럭 번호판에는 감독기관의 번호인 ‘89가’ 씌어있다

북한의 살림집(아파트) 건설공사가 초스피드로 진행되고 있다. 45층짜리 고층 아파트의 골조공사를 3개월만에 끝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정도다. 물론 부실공사다.

최근 미국인 크리스씨가 올해 9월 평양을 관광하다 찍은 살림집 건설 장면을 보면 부실공사 의혹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사진은 중국 사이트에 공개됐다. 듬성듬성하게 벽돌을 쌓은 뒤 시멘트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다진다. 시멘트나 각종 자재를 싣고 다니는 트럭도 분주하지만 정작 시멘트 믹서차량과 같은 필수 차량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부족한 벽돌 등은 인근의 허름한 건물을 헐어 조달하고 있다. 살림집 건설을 위해 동원된 대학생과 군인은 주체사상탑이 멀지 않은, 대동강변에 마련된 천막이나 간이 움막같은 곳에 수용돼 있다. 이들 대학생 중엔 김일성종합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북한 인부들이 아파트 외벽 마감공사를 하고 있다. 한 눈에 봐도 벽돌이 듬성듬성 쌓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 문을 닫고 대학생까지 동원할 정도로 북한이 살림집 건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김정은의 치적을 쌓기 위해서다. 북한은 내년 강성대국을 선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올해 초 '10만 살림집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건설자재와 기계 등이 턱없이 부족해 3만채 내외로 확 줄였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는 판이다. 이 와중에 건설현장의 간부와 인부는 건설자재를 빼돌려 장마당에서 팔아먹기 일쑤다.

속전속결을 강조하다보니 바닥이 굳기도 전에 일단 쌓고 보는 식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부족한 자재는 낡은 건물을 헐어 조달한, 내구성이 떨어지는 벽돌이나 시멘트를 쓴다. 이런 아파트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실제로 날림공사로 들어섰던 25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지기도 했다고 한다.

아파트 건설공사에 동원된 북한 군인들이 묵고 있는 다리 밑 움막

아파트 건설공사에 동원된 대학생 등 인부가 묵고 있는 천막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을 방문한 북한 무역업자의 말을 인용해 "내년 4월까지 만수대 지구 아파트 외벽공사를 마무리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와 주야간 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인 관광객이 찍은 사진 가운데 부실한 신축 아파트의 외벽을 급하게 마감하는 장면이, 사실은 김정은의 다그침 때문이라는 사실을 짐작케한다. 이 무역업자는 "하루에 2개층씩 올라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건설공법은 안중에도 없이 일단 높이 쌓기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조선중앙TV는 "45층, 오늘 우리는 조선이 결심하면 반드시 한다는 배짱과 담력만 있으면 45층 기본 골조를 단 석 달 만에 단숨에 끝내는 놀라운 기적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실천으로 확증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제법 그럴듯해 보이지만 공사에 동원된 군인들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시멘트와 강재를 빼돌려 먹을 것과 바꿔 먹고 있다. 야밤에 시멘트 창고를 습격해 강철과 모래 등을 훔쳐가는 군인들도 부지기수다. 하룻밤만 지나면 모래무지가 통째로 없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건설전문가로 일했던 한 탈북자는 "광복거리 건설 때도 부실공사로 한달 만에 세워진 25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졌다"며 "당시 군인들이 상부의 명령에 따라 시멘트나 자갈의 비율도 맞추지 않고 날림식으로 아파트를 올리다 마지막 완공단계인 25층 계선에서 무너졌다"고 회상했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