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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깨어날 때 됐잖소, 4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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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SK에서는 박정권(30), KIA에서는 나지완(26)이 살아나야 한다.

 11일 광주구장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SK와 KIA는 주포의 부활을 갈망한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 팀은 모두 타격이 부진하다. 중심타자가 식어버린 타선에 불을 붙여야 한다.

 박정권과 나지완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들이다. 박정권은 2010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3할8리, 1홈런·4타점으로 MVP가 됐다. 나지완은 SK와의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홈런을 쳐 MVP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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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번이여 일어서라

 SK는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잔루를 18개나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이 6푼6리(15타수 1안타)로 경기당 2득점에 그쳤다. 중심 타선(3, 4, 5번 타자)이 24타수 2안타(0.083) 1타점으로 부진했다. 그나마 박정권이 2차전에서 3회 말에 2루타를 쳐 타격감을 살린 점이 고무적이다. 집중력이 살아난 박정권은 이후 네 타석 연속 볼넷을 얻어냈다. 고의 4구가 두 개였다. 그만큼 KIA 투수들에게 박정권은 위협적인 존재였다.

 박정권이 살아나야 SK 타선이 함께 불붙는다. 1, 2번 타자로 출전하는 정근우-박재상이 1·2차전에서 팀이 기록한 12안타 중 7안타를 합작하는 등 컨디션이 좋아 중심타선에 타점 기회가 많다. 박정권은 2차전을 마친 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선구안도 좋아져 앞으로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KIA의 거포들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범호·김상현·최희섭 등은 안타를 치긴 했지만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다. 이범호는 수비가 어려워 지명타자로만 나선다. 최희섭은 7번 타순으로 내려갔다. 지난 7월 29일 넥센과의 광주 경기에서 얼굴에 공을 맞아 골절상을 당한 김상현도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이들 대신 4번 타자로 나서는 선수가 나지완이다.

 나지완은 2차전에서 1회 초 2사 2루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전 적시타를 쳐 선제 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된 뒤 양팀을 통틀어 중심타선에서 나온 첫 타점이었다. 나지완은 “(2009년은) 다 옛날 일이다. 포스트시즌엔 항상 긴장되지만 타석에서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3차전, 천적 투수를 넘어라

 박정권은 왼손타자고 나지완은 오른손타자다. 들어서는 타석이 다른 만큼이나 올 시즌 두 선수의 행보는 대조적이었다. 나지완은 지난 4월 왼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2개월여를 재활에 매달리느라 규정타석도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시즌 타율 3할2리, 18홈런·66타점을 기록했다. 나지완이 버텨준 덕에 KIA는 이범호·김상현·최희섭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했다.

 반면 박정권은 시즌 내내 부진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타격감이 오락가락했다. 시즌 타율 2할5푼2리, 13홈런·53타점은 1군 선수로 자리를 굳힌 2009년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다.

 박정권과 나지완에게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쉽지 않은 관문이다. 3차전 선발투수는 서재응(KIA)과 고든(SK). 올 시즌 박정권은 서재응, 나지완은 고든에게 약했다. 박정권은 서재응을 상대로 4타수 무안타, 나지완은 고든을 상대로 2타수 무안타다. 이순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박정권은 시즌 때보다 타격 밸런스가 향상돼 정교해졌다. 나지완은 ‘한 방’에서 앞서고, 타석에서도 자신감이 높다. 둘의 활약이 시리즈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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