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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서 수술, 17층 체크인 … 부산에 국내 첫 ‘병원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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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일 부산 진구에 특이한 호텔이 문을 연다. 건물의 대략 절반을 병원이 사용하고, 나머지 대부분이 호텔 객실로 사용되는 일명 ‘병원 호텔’이다. 병원과 호텔의 동거인 것이다. 전체 17층 가운데 6개 층(3~9층, 4층은 없음)은 부산 지역 의사들이 주주로 참여해 운영하는 ‘스마트 병원’이다. 그 위 10~17층은 ‘이비스 앰배서더 부산 시티 센터’다. 국내에 비즈니스호텔 시대를 연 이비스 앰배서더의 네 번째 호텔이다. 이 병원 호텔은 한류바람을 타고 한국 의료를 찾아오는 의료 관광객을 겨냥한 국내 최초의 시도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나 보호자가 호텔 객실에서 편안히 묵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의료 관광객 유치 선진국인 싱가포르에서는 이처럼 병원과 숙박시설이 한 건물에 있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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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자가 찾아간 스마트 병원은 널찍한 공간에 쾌적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3층 병원 접수·수납처 옆에는 국제진료센터가 있었다. 이곳엔 영어·중국어·일어·러시아어가 가능한 직원이 상주해 의료 관광객들을 응대할 예정이다. 5층엔 내과·영상의학과, 6층엔 성형외과·피부과·치과, 7층엔 한방과와 수술실이 위치했다. 성형외과는 이 병원의 중심 진료과목이다. 모발이식·안면윤곽성형·미용성형을 주로 한다. 8~9층엔 30여 개의 입원실이 있다.

 이 병원은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스마트 병원 관계자는 “‘진료는 가족처럼, 서비스는 호텔처럼’을 슬로건으로 정하고, 의료진에게 별도의 서비스 교육을 했다”고 전했다.

 10층부터 17층까지는 호텔 객실이다. 메인 로비는 꼭대기 층인 17층에 뒀다. 하루 객실 사용료는 평균 8만~9만원, ‘주니어 스위트’라고 불리는 최고급 객실도 하룻밤 사용료 13만원으로 특급 호텔의 절반 가격이 채 안 된다.

 호텔은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17층 뷔페 식당에는 뷔페 메뉴와 별도로 20개 한식 메뉴가 있다. 한식 3개를 선택하면 1만6000원, 5개는 2만2000원이다. 식당 창가 자리에는 10여 개의 1인용 테이블을 설치했다. ‘나 홀로’ 비즈니스맨이나 혼자 방문하는 환자·보호자를 위해 테이블이라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과 연회장도 갖췄다. 의료 시술을 받는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의 앞선 의료 기술을 배우려는 해외 의료진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10층에는 세탁실과 일회용품 자판기가 있다. 세탁실에서는 투숙객들이 500원짜리 동전으로 직접 빨래와 건조를 할 수 있다. 객실 냉장고에는 값비싼 음료 대신 물통을 비치했다. 각층에 설치된 정수기에서 언제든 생수와 얼음을 받아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호텔 관계자는 “호텔의 핵심 기능인 숙박에 초점을 맞춰 벨보이와 도어맨 등의 불필요한 서비스를 없애 숙박비를 낮췄다”고 말했다.

 이는 호텔의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기존에는 병원도, 호텔도 같이 있는 것을 어색해했다.

 발상의 전환은 병원이 먼저 했다. 스마트 병원 측이 외국 환자나 보호자가 부산에서 머물며 관광을 즐기고 싶어 한다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비스호텔 측에 제안했다. 이비스 측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의료 관광객들이 호텔업의 새로운 ‘블루 오션’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수영 부산 이비스호텔 총지배인은 “투숙객의 상당수는 해외 의료 관광객이나 한국의 의료 기술을 배우려는 의료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통합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병원은 이비스호텔과의 시너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스마트병원 이욱재 홍보팀장은 “특히 가벼운 성형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2~3일만 지나면 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하고 깨끗한 호텔에서 투숙하면서 한국의 맛과 멋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며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병원 호텔의 첫 번째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운대·태종대 등의 볼거리와 국내 3대 재래시장 중 하나인 인근 부전시장, 다양한 맛집이 즐비한 부산의 경쟁력이 의료 기술과 결합되면 많은 관광객을 끌어 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부산=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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