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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9호 10면

모처럼 강가에 나갔습니다. 흔적 없이 다니는 차가운 새벽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쌀쌀한 기운에 어깨가 움찔거리고 뒷목이 떨릴 정도로 추웠습니다. 아직 더위에 익숙한 때라 옷차림이 허술했던 탓이기도 합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섬진강은 곱고 하얀 모래밭이 아름다워 사람이 많이 찾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랜 세월 강물에 쓸려 두루뭉술해진 강돌이 많은 여울목으로 갑니다. 강돌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쳐다보고 있으면 강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생김새로 말하는 듯합니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세월의 끝은 두루뭉술하다고 그럽니다.

여울목을 지나는 강물 소리가 요란 맞은 것은 아직도 힘든 세월을 겪고 있는 강돌들의 아우성입니다. 한적한 물웅덩이로 떨어져 나온 강돌들은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사이를 노닐고 있습니다. 제 사진을 보더니 어떤 이는 비행기에서 본 바다에 뜬 섬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하늘을 나는 유에프오 군단이라고도 합니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저는 그저 즐거울 뿐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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