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쇼맨십과 재치, 세심함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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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그는 때론 쇼맨십을 가진 재능꾼이었고, 남들이 신경 쓰지 못하는 세심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일요일까지 직원들을 닦달한 CEO였다.

8월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잡스는 2007년 디지털 콘퍼런스에서 평생의 경쟁자였던 빌 게이츠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빌 게이츠는 태블릿 스타일의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며 "미래의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는 전면이 스크린으로 돼 있는 기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태블릿(tablet·납작하고 평평한)형태로 주머니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기 2년 전이었다. CNN은 "잡스는 이미 아이패드를 몰래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고 지레짐작했다. 어찌됐든 2년 뒤 아이패드가 나왔다. 빌 게이츠의 '예상'을 실제 상품으로 승화시켜 아이디어만 내놓은 빌 게이츠의 뒤통수를 친 것인지, CNN의 예상대로 준비 중이던 것을 2년 만에 내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시 게이츠가 'tablet'이란 단어를 처음 말할 때, 잡스는 앉아 있던 회전의자를 살짝 돌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잡스와 현재 구글 부사장인 빅 군도트라 사이에 있었던 일요일 아침의 일화는 CEO로서 갖춰야 할 재치와 유머, 일에 대한 열정이 무엇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2008년 당시 구글 모바일 앱 담당자였던 군도트라는 예배를 보던 일요일 아침 발신자 불명의 전화를 받았다. 예배가 끝나고 보니 스티브 잡스에게서 "전화를 달라"는 음성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군도트라는 "예배를 보던 중이었는데 발신자 불명으로 전화가 와서 못 받았다"고 잡스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잡스는 웃으면서 "예배 중에는 발신자가 'GOD(하느님)'으로 걸려오지 않는 한 받지 않아도 된다"며 재치있게 받아 넘겼다. 유머로 일단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 잡스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가 쉬는 일요일, 그것도 아침에 임원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지금 아이폰에 탑재된 구글 아이콘 로고 중 두 번째 알파벳 'O'의 노란색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군도트라는 바로 수락했고, 잡스는 몇 분 후 'Icon Ambulance' 라는 제목의 메일을 애플 담당자들에게 보내 곧바로 수정 지시를 내렸다.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꼼꼼함과 비록 CEO이지만 업무 담당자의 양해를 얻어 지시를 내리는 세심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군도트라는 구글의 SNS 구글플러스에 이 이야기를 공개하며 "그의 열정과 디테일을 이야기 할 때 마다 이 일화가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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