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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포커스] 대법원 국감 … 여야, 광주 인화학교 솜방망이 처벌 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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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는 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인화학교 학생들은 책 대신 삽을 들고 불법적인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고 폭로했다. 사진은 대책위 측이 제시한 1980년대 인화학교 학생들의 사진. [연합뉴스]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성토에 여야가 따로 없었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성폭력 특례법의 ‘항거불능’ 조항 적용과 성폭력 범죄에 관대한 양형(형량 결정)을 거세게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도가니’를 보고 ‘장애 아동 인권유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날에도 서울고법은 12세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피의자 4명에게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법원은 사죄를 못할망정 변명만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법원 판결대로라면 장애인과 청소년은 가해자에게 더 강하게 폭행해 달라고 해야 한다는 얘기냐”며 “사법부에서 항거불능 조항에 대해 적극적인 해석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와 장애인 성폭행 가중처벌 법안 마련을 주장했다.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의원 역시 “법원이 항거불능 조항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독소조항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영화 ‘도가니’에 대해 “사법부가 국민의 감정과 눈높이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질책하는 뼈아픈 지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 도가니를 보면서 영화가 전하려고 한 재판과 제도의 문제점에 관해 마음속 깊이 공감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또 “그 사건(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후에 성범죄 관련 법률이 정비되고, 성범죄에 관한 엄정한 양형기준이 시행됐으며, 법관들의 양형 감각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한 양형도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담당 형사 트위터에 글=인화학교 성폭력사건을 수사했던 광주 남부경찰서 과학수사팀 김광진(38 ) 경사는 지난 4일 밤 “저는 도가니 담당 형사였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김 경사는 “수화통역사를 통하긴 했지만 학생들의 표정에서 그들이 당한 고통이 텔레파시처럼 전달됐다”며 “처절한 그들의 수화에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고 밝혔다. 영화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금품을 받은 담당 형사가 신고를 받고도 수사하지 않고, 장애우를 비하하면서 물대포를 쏘는 등 사실과 다른 장면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자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씨는 5일 오전 김 경사의 글에 “소설과 영화 때문에 고초를 당했다고 들었다. 경찰은 내가 만든 인물이다. 피해가 있다면 죄송하다. 하지만 경찰이 신고를 받고도 4개월이나 수사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에 대해 광주경찰청은 “4개월이나 수사를 미룬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동현·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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