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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집트 사상 최악의 통상마찰

중앙일보

입력

이집트 진출 한국기업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한국선박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지는 등 한국과 이집트간에 사상 최악의 통상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또 카이로 주재 현대종합상사의 계좌를 동결하고 상사원의 출국을 정지시키는가 하면 한국기업이 완공한 건설공사의 대금지급도 계속 미뤄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집트 국세청은 지난 1월부터 4월말까지 카이로 주재 현대종합상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현대가 허가없이 수 억달러 규모의 탈법 영업행위를 했다며 130만달러 상당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집트법원은 또 현대가 현지 채용직원을 부당해고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23일 북부 포트사이드항에 입항한 현대상선 소속 선박에 체포 명령을 내려, 현대 선박이 이틀간 억류됐다 100만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고 풀려나기도 했다.

이밖에 카이로에서는 다른 한국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설이 나돌고 있으며 포스코개발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완공한 대규모 건설공사에 대한 이집트측의 대금지급이 지연되는 등 양국간 통상마찰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진출 한국상사들은 이집트 세무당국이 현대에 적용한 것과 같은 기준을 들이댈 경우 거액의 세금 추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는 법원의 선박 체포령에 반발해 1천만이집트파운드(약 290만달러)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정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대사 심경보)과 현대측은 사태 해결을 위해 관계부처장관을 면담하고 아테프 이베이드 총리까지 방문해 세무조사의 부당성을 설명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앞서 한국 국세청은 지난 94년 체결된 이집트와의 이중과세 방지협정에 따라 현대 세무조사에 대한 협의를 벌이자고 이집트측에 요청했으나 이집트 세무당국은 이를 묵살한채 세무조사를 강행했다.

이규석 현대종합상사 카이로지사장은 "현대상사는 자동차 수출 등과 관련해 문서수발 등 종합상사 본연의 업무만 했음에도 불구, 이를 탈법영업으로 규정해 거액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런 상황에선 업무가 불가능해 철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95년 한국과 수교한 이집트는 우리나라와 이중과세방지협정, 투자보장협정,무역협정 등을 맺고 있으며 삼성, 현대, LG, 대우, 대림 등 20여개 국내기업이 진출해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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