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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가 날려버린 3%대 물가 억제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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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연간 물가상승률 4%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 갔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올랐다. 8월(5.3%)에 비해 상승폭을 1%포인트 줄였지만 9개월 연속 4%대를 유지했다. 금반지·전셋값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여름철 크게 오른 채소·과실류 가격이 떨어진 덕에 지난달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해 동월 대비 7.4% 내렸다. SK텔레콤의 이동전화 통화료 1000원 인하도 물가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기획재정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추석 이후 수요 감소와 기후여건 개선 등으로 채소·과실류 수요가 안정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꺾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4%대 물가상승률은 당초 정부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정부는 지난해 물가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지난해 물가에 비해선 올해 수치가 낮게 나오는 ‘기저효과(base effect)’를 기대했다. 내심 3%대의 물가상승률을 내다봤지만 빗나갔다.

 물가 상승을 견인한 복병은 금반지였다. 국제 금값 급등으로 금반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6.2%, 지난달보다는 8.1%나 올랐다. 이번 물가 계산에서 금반지를 제외하면 9월 물가상승률은 4.3%에서 3.8%로 떨어진다. 정부가 고대하던 ‘물가 3%대’ 희망을 금반지가 날려버린 셈이다. 이 밖에 전·월세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집세는 4.7%나 올랐다. 이 같은 상승폭은 2002년(4.8%) 이후 최고치다. 고춧가루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배 가까이 올라 가격 상승률이 92.6%에 달했다. 결국 1~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4.47%를 기록하게 됐다.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4.5%)에 근접하는 수치다. 이젠 물가상승률이 성장률을 앞지르는 역전 현상 조짐까지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당초 목표치인 4%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남은 10~12월 월평균 물가 상승률을 2.5%로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 수도권의 시내버스·지하철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는 데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마저 불안하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10% 하락하면 물가상승률은 0.8%포인트 높아진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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