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소식] 마라도나 꿈꾸는 `버림받은 아이'

중앙일보

입력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한 고등학교 축구선수가 한국의 마라도나를 꿈꾸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축구계에 화제다.

주인공은 조영증감독이 이끄는 16세이하 청소년대표팀에서 오른쪽 수비수로 맹활약하고 있는 한승현(15.알로이시오고).

한승현은 철저한 대인마크로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할 뿐만 아니라 빠른스피드를 이용한 오버래핑이 뛰어나 상대 진영 깊숙이 침투, 결정적인 득점기회를만들어내고 나아가 직접 골을 넣기도 한다.

23일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7조예선 브루나이와의 경기에서도 한승현은 자신의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눈에 띄는' 기량을 발휘했다.

특히 작은 체구(160㎝, 60㎏)의 선수가 오르쪽 사이드 라인을 따라 쏜살같이 질주, 센터링하는 장면은 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한승현은 9살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울산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어렵게 살다가 어느날 엄마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올라왔고 한 친척집에 맡겨졌다.

이어 아동보호소를 거쳐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소년의 집'으로 넘겨졌다.

이 때까지 학교 근처에도 가 보지 못했던 한승현은 공부도 하고 숙식도 해결하는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고 아픈 과거를 잊으려는 듯 공부에 매달렸다.

한승현은 안봉기 감독을 만나면서 축구에 입문하게 됐다.

원장으로부터 학업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을 추천받았던 안감독은 힘이 좋고 공을다루는 감각까지 뛰어난 한승현에게 축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승현은 6학년때 서울시대표로 뽑혀 도쿄, 베이징, 자카르타와 함께 벌이는 4개도시대항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했다.

부산에 있는 알로이시오중으로 진학한 한승현은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청소년대표로 발탁됐고 조영증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으며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9살때 이별 이후 부모를 만나보지 못한 한승현은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이 스탠드에 앉아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런 데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며 정신적으로 성숙한 모습도 보였다.

키는 작지만 실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마라도나'라는 별명을 가진 한승현은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꿈을 꾸고 있다.

다른 친구들은 상상도 못할 어려운 환경에서 축구를 시작했지만 그 끝은 누구보다도 알차게 맺겠다는 다부진 각오다.(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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