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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을 새로 얻은 기분' 고재상씨의 외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태어날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서 제대로 한 번 걸어 본적이 없어요. 벽에 의지해 걸으려 해도 계단이나, 문턱 같은 장애물들이 집안 내·외 곳곳에 있어 외출은 생각도 안했어요.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지체장애 1급의 고재상씨(53)는 지난날을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할 때는 양발이 바닥에 끌려서 발등이나 발가락이 까지기 일쑤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고씨의 집 현관에서 전동휠체어가 있는 곳까지는 불과 3m 정도다.

다리가 불편해 좌식 생활을 하거나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방·거실 등의 문턱과 화장실의 좁은 문, 높은 계단, 키에 맞지 않는 싱크대 등 장애물로부터 일상생활과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장애를 겪지 않는 무장애 시설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씨와 같이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비용이 많이 드는 무장애 공사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예전부터 집안 내·외를 무장애 시설로 공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희 같은 사람들은 돈이 없으니까 힘들어도 견디고 살았던 거죠.”

그의 소망은 서울시의‘장애인 맞춤형 주거환경개선 사업’대상자가 되면서 이루어졌다. '장애인 맞춤형 주거환경개선 사업'은 저소득 중증장애가구를 대상으로 장애 정도, 장애유형, 행동패턴을 고려해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집안 내외 환경을 개선해 주는 사업이다. 작년까지 총 253가구가 이 혜택을 받았다.

집수리 후 고씨의 주거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외출을 위해 힘들게 넘어야 했던 많은 계단과 턱이 사라지고, 손잡이가 없어 넘어지기 일쑤였던 집안 내·외에 안전보조 손잡이가 설치됐다. 또 비가 새 곰팡이가 핀 집안은 도배와 화장실 타일 교환 등 쾌적한 생활이 가능토록 개선됐다. 고씨는“이제는 외출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두 발을 새로 얻은 기분이다"라며 전동휠체어로 집과 밖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서울시 최생인 장애인생활 지원팀장은“장애인 맞춤형 주거환경개선 사업은 장애전문가가 직접 참여해 수혜가구 만족도가 평균 95%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앞으로 지속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재상씨의 외출을 영상으로 만나보자.

온라인편집국= 허진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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