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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의 마켓워치] 위기의 터널, 끝은 어디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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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머니& 팀장

롤러코스트도 자주 타다보면 익숙해진다. 처음 탔을 때의 공포와 긴장은 수그러들고, 무덤덤의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요즘 주식시장이 그런 것 같다. 코스피지수가 하루 50포인트 이상씩 널을 뛰어도 투자자들은 그저 그러려니 한다. 까짓것, 길게 보고 돈을 넣자는 행렬도 눈에 띈다.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이다. 종목별 주가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에스엠 등 엔터테인먼트 주식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삼성전자 등 일부 수출주들도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

 투자자들이 시련을 거듭하며 단련되는 것 같다. 나빠져야 얼마나 더 나빠지겠느냐는 배포요, 한번 버텨보자는 각오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 밸류에이션으로 봐선 주가가 그리스의 디폴트와 선진 경제의 더블딥(경기 이중침체)을 모두 감안한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한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 지긋지긋한 위기의 터널이 과연 언제 끝날 것인가”하는 쪽으로 이동한다. 시장이 계속 헛바퀴를 돌린다면 서둘러 본들 헛고생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 시점을 가늠하기 위해선 이번 위기의 본질을 따져봐야 한다.

 2011년 현재의 위기가 3년 전인 2008년 위기와 다른 점은 정치·사회적 변수가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위기는 3년 전과 달리 문제의 본질과 해법이 다 드러나 있다. 각국의 재정건전성이 문제인 것이고, 해법은 주변국들이 돈을 넣어주든지 채권자들이 손실을 분담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3년 전에는 금융 부실의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았고, 따라서 해법을 찾는 데도 허둥지둥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 문제가 뻔한데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서로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마냥 다투기 때문이다. ‘헤어 컷(부채 탕감)’을 거부하는 채권자들의 논리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한다. 내년 말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세계 주요국의 선거 일정은 위기를 증폭시킨다. 선거 승리가 지상과제인 정치인들이 경제 문제는 뒷전으로 미룬 채 이해관계자들의 다툼에 편승해 춤을 춘다.

 따지고 보면 빈사 상태의 글로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각국 정부가 돈을 더 풀고 부양책을 계속 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차기 정권을 노리는 각국의 야당은 재정건정성을 이유로 정부 정책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미국 공화당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입장에선 경제가 나빠질 대로 나빠져 좋아질 일만 남은 순간에 정권을 넘겨받고 싶을 게다. 그리고 그때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들 심산일 게다. 내년 말까지는 글로벌 경제가 계속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이유다. 유럽 재정위기도 그렇다. 그리스를 부도내든 살리든, 이후로도 각국이 정치적 합의로 풀어야 할 난제가 허다하다. 앞으로도 주식·채권·원자재 등 대부분 자산시장이 상당 기간 롤러코스트를 탈 것이란 각오 아래 자산운용 계획을 세워나가야 할 듯싶다.

김광기 머니&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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