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끼고 싶은 반지 물려주고픈 주얼리에 눈길

중앙일보

입력


주얼리의 시작, 예물

예물을 옷에 비유하면 싫증나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질 좋은 정장쯤에 가깝다. 특히 여자로써 좋은 주얼리 하나 정도를 가져야 한다면, 예물이 그 시작인 셈이다.

예물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다이아몬드나 금 같은 경우는 가치가 더 오르기도 한다. “웨딩드레스를 빌려 입는 문화인 한국에서 예물은 대대로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라는 것이 코이누르 송진희 대표의 설명이다. 지금 구입한 예물이 훗날 딸에게 물려줄 앤티크 주얼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려줄 주얼리라 해서 가짓수가 많거나 고가 여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예물은 예전에 비해 간소하게 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예물의 형식적인 세트 구성이 중요했다. 다이아몬드 세트와 진주 세트를 기본으로 장만한다는 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본인이 정말 필요한 것만을 골라 구입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간소화된 가장 대표적인 예는 간편히 커플링만 하는 것이다. 좋은 브랜드에서 커플링 하나만 장만하고자 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졌다. 이런 현상에는 “커플링을 홍보하는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송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나 예물이 간소화 됐다고 해서 무조건 싸고 실용적인 걸 찾는다는 뜻은 아니다. 질적으로 좋은 제품을, 원하는 만큼만 구입하는 쪽으로 ‘간소화’ 됐다.

송 대표는 평균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며 30세 이상의 신부들이 늘어난 것도 이 같은 트렌드에 한 몫을 했다고 전한다. 어린 신부들에 비해 30~35세의 신부들은 대부분 사회경험이 있고 본인 취향도 확실한 편이다. 부모의 의견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스스로 판단해 결혼 예물을 고른다.

10년, 20년 써도 무난한 나만의 예물

더 특별한 예물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흔히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도 아닌, 좀 더 색다른 나만의 예물을 찾는 신부들이다. 나만의 예물을 구입하려 한다면 일단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착용했을 때 내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우선시해야 한다. 본래 예물은 시어머니와 함께 고르는 것이 관례여서 예전에는 시어른의 취향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신부들의 취향이 우선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원하는 예물을 만들기 위해 7번이나 상담을 한 후 반지를 제작해 간 신부가 있는가 하면, 시댁 어른과 오기 전에 친정 엄마와 가게를 들러 조용히 제품을 둘러보고 가는 신부도 심심치 않게 많아졌다. 예물 준비의 주도권이 시어머니에게서 신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송 대표는 이를 자연스런 변화로 본다. 무엇보다 예물을 사용하는 사람은 신부 본인이라는 것. 신부의 취향과 기호가 고려돼야 자주 착용하고, 오래도록 소중히 간직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예물을 고를 때 실수를 많이 하는 부분 중하나는 반지가 웨딩드레스와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부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평소 자신의 취향과는 다른 제품을 고는 일이 많다”는 송 대표는 “예물과 웨딩드레스가 딱히 어울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못 박는다. 예물 주얼리는 무엇보다 평생 착용해도 무리가 없는 디자인이 좋다는 것이다.

당연히 너무 유행을 타는 디자인은 피하도록 한다. 또 브랜드의 광고 이미지에 나온 제품에 너무 연연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보통 광고에 맞게 이미지화된 제품이기 때문에 실물로 보면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인 다이아몬드가 돋보이도록 장식된 솔리테어 반지의 경우 현실 세계에서 적어도 1캐럿은 돼야 예뻐 보인다. 광고에서 예쁘게 보이는 것은 광고 속 다이아몬드가 보통 2~3캐럿은 되기 때문이다.

예물의 구성에 있어서는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직업이 비서인 여성은 격식 있게 차려 입을 때 필요한 진주 귀걸이 같은 주얼리가 있다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 신부는 진주 귀걸이와 다이아몬드 반지로 예물을 구성하면 합리적인 구매가 된다.

백화점 같은 곳에 가서 미리 둘러보고 착용해보며 시장조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충 가격대 정해서, 정해둔 날짜에, 적당한 가게를 찾아가 무난하게 고르고 온다면 결코 좋은 예물을 고를 수 없다”는 것이 송 대표의 조언이다.

[사진설명] 프롱(기둥)이 다이아몬드를 받치고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라헨느 반지(왼쪽). 예비 신부가 디자인을 제안하고 디자이너가 6개월에 걸쳐 만든 장미 반지(오른쪽).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코이누르"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