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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옛 서울대 농생대 터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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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의 옛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건물이 유리창이 깨진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수원=정영진 기자]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 옛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이하 농생대) 정문 한편엔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농생대가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2003년 9월 이후 굳게 잠갔다가 주민들의 개방 요구 집회가 잇따르자 지난달 28일부터 정문을 열어놓고 있다.

 8년 만에 정문 주변에서 바라본 농생대는 폐허나 다름없었다. 과거 도서관과 강의동으로 쓰였던 건물 유리창은 거의 다 깨진 채 앙상한 창틀만 남아있다. 10여 동의 건물 주변은 어린아이 키만큼 자란 잡초와 쓰레기로 어수선했다. 주민 윤숙자(56·여)씨는 “농생대가 있을 당시 나무도 많고 정돈된 산책로도 있어 주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였는데 지금은 인적이 끊겨 대낮에도 혼자 다니기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옛 서울대 농생대 부지가 8년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금오·호매실·구운동 등 서수원지역 주민 12만여 명은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농생대 부지를 시민 휴식공간으로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2008년부터 농대부지개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학교 주변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집회를 열고 있다. 변영철(57) 추진위원장은 “정부가 농생대 부지를 무작정 방치하지 말고 수원시에 임대하거나 임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을 내줘 공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농생대 이전 직후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부지 매입에 나섰지만 1500억원이 넘는 땅값 때문에 포기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농생대 부지를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남겨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이 수원시의 기본 방침”이라며 “시에서 일부 예산을 부담해 시민을 위한 숲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도시계획시설상 보존용지인 농생대 부지를 공공시설 및 공원으로 활용하겠다는 2020년 도시기본계획을 최근에 마련해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 부지는 내년으로 예정된 서울대 법인화를 앞두고 소유권을 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교육시설과 부속토지는 법인화한 서울대로 넘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땅은 정부가 계속 소유할 수도 있다. 서울대 측은 옛 수원캠퍼스 부지 전체의 소유권을 넘겨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원시와 주민, 서울대 등과 협의해 부지의 전반적인 활용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부지= 해방 이후인 1946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이 개교하면서 수원캠퍼스로 불렸다. 농업생명과학대(92년 개칭)가 2003년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 소유의 11만5000여㎡는 서울대 농생대 창업지원센터가 들어섰다. 나머지 땅 15만2000㎡는 기획재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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