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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청주비엔날레의 의도된 불친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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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사진)를 찾은 관객들은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작품 옆에, 혹은 아래에 으레 붙어 있어야 할 명제표(名題標)가 없기 때문이다. “대체 누구의 무엇이란 말인가” 궁금한 이들은 전시장 곳곳에 비치한 작품정보 책자를 들춰 작가이름·국적·제목·재료·사이즈 등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2009년 청주비엔날레에는 29만 명이 찾았다. 규모가 큰 비엔날레에서 이 같은 ‘불친절’을 감행한 이유는 뭘까.

 정준모 비엔날레 총감독은 “우리의 미술교육은 감상보다 실기 교육 위주여서 ‘그릴 줄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미술시간이 공포 혹은 체념의 시간이었다”며 “암기 위주 학습법이 미술수업에도 그대로 적용돼 작품제목이나 작가 이름이 큰 정보처럼 이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방학 숙제를 해결하러 미술전시장을 찾은 학생들이 작품은 안 보고 명제표만 열심히 베끼는 것도 흔한 광경이다. 정 감독은 “미술 감상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임을, ‘남의 눈’보다는 ‘나의 눈’을 믿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좀 답답했지만 이내 내 맘대로 보고, 내 멋대로 생각할 수 있어 편했다”는 충북 청원군 미원면의 칠순 농부 관람객의 반응은 이 같은 시도에 힘을 실어 준다. 다음은 정 감독이 제안한 창의적 미술감상법 5가지.

 ①제목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제목을 붙여보자 ②처음 만난 이와 서먹하듯 작품도 첫눈엔 낯설다. 천천히 보면 보인다. ③작품을 보고 떠오른 느낌·생각을 명사 말고 형용사·부사로 표현해 볼 것 ④모든 작품이 명작이며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공감하는 단 한 점만 발견해도 당신은 성공적 관객 ⑤공모전이라 생각하고 관객 자신이 심사위원 돼 대상작을 정해보기.

권근영 기자

◆전시정보=제7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유용지물(有用之物)’. 30일까지 충북 청주시 내덕동 옛 청주연초제조창에서 열린다. 65개국 3200여 작가가 출품했다. 관람료 성인 1만원. 043-277-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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