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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도망치지 마라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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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호 24면

이채욱 사장은 1946년 경북 상주 출생. 영남대 법학과 졸업. 삼성물산에 입사해 해외사업 본부장 등을 지냈다. 89년 삼성과 GE의 의료기기 부문 합작법인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인연으로 2002년 GE코리아 사장, 2007년 GE헬스케어 아시아 총괄 사장을 맡았다. 2008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경영콘서트 세 번째는 이채욱(65)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다. 그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 CEO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시련에서 배운 것, CEO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IGM과 함께하는 경영콘서트 ③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저는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국내 최고 기업이라는 삼성에 있다가, 세계 최고였던 GE에서도 일했습니다. 지금은 공기업에 있고요. 부족하지만, 독특한 경력을 가진 덕에 여러분께 도움이 될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경북 상주 출신입니다. 7남매 중 장남이었습니다. 다들 어려울 때였지만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중학교를 마치고 철공소를 가려고 했는데, 다행히 장학생이 돼서 진학을 했어요. 그런데 고교 1학년을 마치고 장학생에서 탈락한 겁니다. 학교를 그만두려 했지만 입주 가정교사가 되면서 나머지 공부를 마쳤습니다. 대학은 못 갈 것 같아 5급 공무원(지금의 9급)을 준비했고요. 그런데 영남대에서 4년 장학생을 모집한대요. 대학 다니면서도 가정교사 하고, 베트남전에도 다녀오고, 이렇게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그렇게 어려웠느냐”고 하는데,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제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편입니다. 가정교사 하면서도 좋았어요. 선생님이라고 독방을 주죠, 매일 쌀밥 먹죠, 밤에 모기장도 쳐 주죠. 시골에 있는 동생에게 미안한 것 빼면 호강이었습니다. 주변에선 눈칫밥 먹는다고 ‘쯧쯧’ 했지만 저는 마냥 신바람이 났습니다. 또 대학생인 것도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고요. 그땐 대학도 교복이 있었는데, 매일 교복만 입고 다녔어요. 고등학교도 못 가고 철공소 가려다 대학생이 됐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이런 경험은 겸손하고, 남에게 밝은 모습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굳혀줬고, 지금까지 오는 데 보탬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자본금 3분의 1을 날린 사고
사업을 하면 늘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도 삼성에서 일하면서 위기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삼성물산 수입철강부 과장을 할 때입니다. 고철이나 비철금속류를 수입했어요. 한 번은 미국 타코마의 고철 선적하는 회사를 갔습니다. 그런데 고선박을 해체해서 다시 배에 싣는 거예요. 아이디어가 나왔죠. 고선박을 그대로 한국에 들여가서 우리가 해체하자. 한 척을 해 봤더니 마진이 100%씩 남아요. 당시 고선박 관세율이 1%밖에 안 됐습니다. 그런데 배에는 스페어 엔진이 있잖습니까. 그건 다 새것인데, 엔진으로 들어오면 관세 40~50%가 붙습니다. 고선박에 달린 스페어 엔진으로 들어오면 1%인 거예요.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배를 들여왔습니다. 부산 감천만에 정박시켜 놓고 해체 작업을 했는데, 해일이 닥쳤어요. 배가 전부 바다에 빠져 버렸습니다. 고선박은 이미 죽은 배라 보험도 없었어요. 당시 삼성물산 자본금이 약 120억원이었는데 손해가 43억원이었습니다.

그 뒤로 1년 반을 감천만에서 살았어요. 1977년 당시엔 해상 크레인이 한 번에 50t 이상 못 들어 올렸습니다. 수중에서 배를 50t 단위로 잘라서 몇 만t을 들어올린 겁니다. 1년 반 만에 마지막 고철까지 건졌는데, 녹 슬어서 제값도 못 받고 난리가 난 꼴이 됐죠. 적자가 어마어마했지만 큰 공부 했습니다. 제가 집에 ‘감천고해(甘川苦海)’라고 써 붙였습니다. 쓴 바다를 보면서 울던 걸 잊지 말자. 실패에서 배우는 게 성공에서 배우는 것보다 100배, 1000배 많아요. 그때 만약 제가 도망갔더라면, 떳떳하지 못하겠죠. 어떤 작은 일에서도 도망치지 않는다. 제 경험입니다.

공기업도 팔아먹을 상품 만들어야
제가 경영을 하면서 중시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성장, 사람, 윤리입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죽은 조직이죠. 사람도 중요합니다. 중소기업 운영하시는 분들은 특히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많으실 겁니다. GE의 방식을 소개하면요, 절대 하버드 같은 A급 대학에서 채용하지 않습니다. B급의 성실한 사람을 뽑아서 집중 교육시키고, 자부심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윤리는 기본이죠. 잘 하다가도 윤리 문제에서 삐끗하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요즘은 사회 공헌도 중요하죠.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4번째 덕목입니다. 제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취임한 이후에도 하나씩 해 오고 있습니다.

그중에 성과에 대한 말씀을 드리지요. GE의 예를 들면, 정말 냉정합니다. 목표 달성 못하면 “Sorry”, 단번에 끝나는 거예요. 그래서 GE에서는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책임진다”고 하죠. 목표를 달성하면 자연히 생명이 연장되는 겁니다. 목표 달성했는데도 해고한다, 그건 소송감이죠. 개인별로 목표 관리도 철저하고요. 하지만 한국 기업, 특히 공기업은 그게 잘 안 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제가 공항에 와서 목표관리를 바꿨습니다. 민간기업의 운영체제를 가미시켜서 항공마케팅팀, 영업본부 같은 걸 만들었습니다. 경제가 나빠서 여객이 없을 때, 여객을 끌고 와야지요. 그렇다고 살림 어려운데 ‘해외 나가십시오’ 할 수는 없잖습니까. 일본·중국에서 끌고 오는 겁니다. 팔아먹을 상품을 만드는 거죠. 중국 다롄 사람이 미국을 가는 걸 예로 들어보죠. 국내선 타고 베이징을 갑니다. 짐을 찾고 국제선 가서 체크인하고, 그럼 23시간 만에 미국에 도착해요. 그런데 다롄에서 인천을 통하면 18시간이면 됩니다. 다롄에서 체크인하고, 인천 환승라운지에서 쇼핑하다 가는 거죠. 이런 스케줄을 상품으로 개발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환승객이 520만 명입니다. 그럼 돈을 벌어야죠. 처음엔 환승객에게 돈을 안 받았는데 올해부터 1만원씩 받습니다. 유럽 공항은 20~30유로도 받아요, 우리가 1만원씩 500만 명에게 받으면 500억원입니다. 우리 공기업도 이렇게 하면 됩니다. 열심히 해서 잘 벌고 효율을 높이자. 그리고 사회공헌 하면서 제대로 쓰자. 이렇게 목표를 만들어 관리하는 게 기본적으로 가야 할 방향입니다. 진정한 공기업의 역할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IGM(세계경영연구원, 회장 전성철)은 매달 한 번 대한민국 최고 CEO가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영구루 릴레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의 02-2036-8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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