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 내신 … 논술·스펙으로 역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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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학 입시의 60%를 넘어선 수시 모집에서는 내신이 좋지 않아도 면접이나 스펙(경험·자격·수상 실적 등)으로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입시분석 회사인 하늘교육과 공동으로 2011학년도 서울·부산지역 수시모집 지원자 6만2528명과 합격자 8252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대학 입시에서 수험생들의 내신 분석 자료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내신 등급 평균이 가장 높은 대학은 인문계(국어·영어·수학·사회 기준)와 자연계(국어·영어·수학·과학) 모두 서울대(1.5등급, 1.6등급)였다. 인문계에서는 서울대에 이어 서울시립대(1.9), 고려대·연세대(2.1) 성균관대(2.3) 등이 뒤를 이었다. 자연계는 서울시립대(1.9), 고려대(2.1), 연세대(2.2), 성균관대(2.4) 순이었다.

 상위권 대학이거나 수시 전형에서 내신 비중이 높은 대학일수록 내신 평균이 높게 나타났지만 내신이 당락의 결정적인 열쇠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구술고사 비중이 50%인(학생부 등 서류 50%) 서울대 자연계 특기자 전형의 경우 합격자(2.1)와 불합격자(2.3)의 내신등급은 불과 0.2등급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4~5등급 중위권 학생들도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술 비중이 40%인(서류 60%) 연세대 글로벌리더 전형은 인문계(2.5)와 자연계(2.4) 모두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내신 등급이 같았다. 외국어 특기자를 대상으로 한 언더우드국제(자연계) 전형과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자연계) 전형은 각각 합격자의 내신이 4등급, 3.4등급으로 불합격자의 내신 3.9등급, 3.1등급보다 낮았다.

 이처럼 ‘내신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상위권 대학일수록 변별력이 떨어지는 내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노 연세대 입학처장은 “ 같은 1등급이라 해도 특목고와 일반고 학생의 실력엔 차이가 난다”며 “ 같은 시험을 쳐 같은 기준으로 성적이 나오는 수능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수시=내신’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대학에서는 내신의 실질 반영률이 낮다”며 “상위 등급일수록 격차가 나지 않도록 배점을 매겨 논술이나 면접, 스펙 등으로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상 실적 등 스펙의 경우엔 합격자와 불합격자 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교내외 경시대회 수상경력 제출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대는 합격자(58.1%)가 불합격자(28.3%)의 2배였다. 한양대(38.4%·8.2%)와 성균관대(37.2%·10.2%)에선 4배 가량 차이가 났다. 토익 등 어학성적 제출 비율도 마찬가지였다. 연세대(16.9%·4.6%)와 고려대(10.2%·4.4%) 등 합격생과 불합격생이 큰 차이를 보였다.

윤석만·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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