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커피, 미국서 볶으면 원산지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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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베트남에서 사 온 커피 생두를 미국에서 볶아 만든 원두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이 문제를 놓고 유명 커피회사들과 관세청 간에 법적 공방이 벌어질 참이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시중에 유통 중인 원두커피의 원산지 표시 실태를 기획 단속한 결과 11개 업체가 원산지를 속이거나 잘못 표기한 사실을 찾아냈다”고 28일 발표했다. 업체 중에는 동서식품 등 커피믹스 회사들과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전문점들이 포함돼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적발된 업체 가운데 10곳은 베트남·콜롬비아·케냐·인도네시아 등 저개발국가에서 수입한 커피 원두를 사용하면서 원산지를 이탈리아·미국·스위스 등 선진국 이름으로 허위 표시했다. 또 이 중 일부는 커피제품 전면엔 커피 브랜드와 저개발국가명을 표시하고 제품 뒷면에는 원산지를 미국·독일 등으로 오인 표시했다. 관세청은 위반 업체별로 최고 수억원의 과징금을 물릴 방침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동서식품이 이미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낸 데 이어 나머지 업체들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볶은 커피 제품은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며 “제조 과정에서 커피 생두의 실질적 변형이 이뤄지므로 제조공정이 이뤄지기 전 커피 생두 생산지만 원산지로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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