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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새 토플시험 두려워 할 이유 없어”

중앙일보

입력

이곳은 매우 화끈하고 흥미있고 매력적인 문화다.” 1971년 2월 美 평화봉사단 16기로 한국땅을 밟은 24세의 청년 짐 라슨이 가진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이다. 그가 72년 11월 강원大 영어강사 생활을 마치고 한국을 떠날 때 뭔가가 뒷머리를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한국을 다시 찾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의 예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로부터 13년 뒤인 85년 여름부터 1년간 한미교육위원단(KAEC·일명 풀브라이트 장학재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연세大 신방과 교환교수로 오게 됐고 그 후 수십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97년부터 KAEC 사무총장으로 재직중이다.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의 깊이는 각별하다. 47년 美 사우스다코타州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69년 미네소타州 세인트 올라프大를 졸업한 뒤 한동안 ‘미국의 소리 방송’(VOA)
에서 일했고 미국 평화봉사단 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대학 시절 심리학과 스피치를 전공했고 스탠퍼드大(74∼78년)
에서 ‘70년대 미국 TV 방송사들의 국제뉴스 보도 연구’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80년대 중반 교환교수로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 88 서울올림픽과 TV의 역할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했다.

그 관심의 결실이 바로 전세계 텔레비전 매체가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저서 ‘글로벌 TV와 서울올림픽의 정치’다. 한국에 대한 그의 집요한 관심은 ‘한국 텔레코뮤니케이션의 혁명’ 등 여러 권의 한국 관련 저서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조기유학 열풍과 관련해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외국에 사는 친척이 없을 경우 초등학생 자녀를 유학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어를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여건만 조성된다면 굳이 조기유학을 보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한국의 교육문제를 부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KAEC는 올해 안으로 하버드·예일·프린스턴大 등 美 명문대 졸업생 42명을 한국의 초등학교 영어교사로 초빙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의 진정한 세계화 노력은 먼저 교육계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먼저 한국 대학에 유능한 외국 교수가 절대 부족하며 이것부터 하루 속히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에선 교수가 되자마자 6∼8년 간 집중적으로 논문제출과 수업내용 평가가 이루어진다”며 “한국 대학들도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진국들이 창조성에 역점을 두는 교육을 강조하는데 반해 한국은 아직도 암기위주의 입시공부에 집착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92∼94년 싱가포르 국립大, 94∼96년 콜로라도大 교수를 거친 그는 “풀브라이트는 역사적, 재정적으로 가장 오래된 국제 교육교환 프로그램”이라며 “특히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은 KAEC는 규모도 크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은 것은 호레이스 언더우드 4세처럼 한국과 인연이 깊은 분이 단장을 맡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KAEC는 장학프로그램·유학상담센터운영 외에 토플·GRE·GMAT 시험을 관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응시자 급증과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컴퓨터시험(CBT)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에서 GMAT는 97년, GRE는 98년부터 CBT로 치러지고 있고, 토플은 오는 10월 2일부터 CBT 체제로 바뀐다.

토플이 CBT로 전환될 경우 점수 하락을 우려한 1만 명의 학생들이 지난달 필기시험 접수창구로 몰려들어 밤샘 소동을 부린데 대해 그는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한국 학생들이 이미 해외에서 CBT 시험을 치른 결과 CBT와 필기시험 간에 성적 차가 없었고, 한국은 높은 컴퓨터 보급률로 누구나 컴퓨터에 익숙해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CBT는 주중 언제든 시험이 가능하며 특별한 경우 토요일도 가능하다. 그는 특히 “앞으론 미국의 대학들도 시험을 CBT로 전환할 계획임을 감안할 때 새로운 종류의 시험을 절대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필기시험에선 영문 에세이가 선택사항이지만 CBT에선 의무사항인 점이 다르다.

평소 소주와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그는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화끈한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축구 한·일전에서 한국이 승리하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한국 사랑도 어느새 화끈해진 것 같다. [뉴스위크=강태욱 한국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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