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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간 질환이 주요 사망원인이 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강릉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천갑진 교수

최근 B형간염의 관리와 치료의 새로운 기준에 대한 의견이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다. 질환의 특성 상, B형간염을 방치 할 경우 간경변증이나 간암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하기 쉽기 때문에 관리와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B형간염 치료의 목적은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여 환자의 삶의 질 및 수명을 증진 시키는데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B형 간염의 70% 정도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하는데, 다행히도 1985년 B형간염 예방접종의 도입과 1995년 신생아에 대한 B형간염 수직감염에 대한 국가예방사업의 성공 및 다양한 건강 캠페인을 통해 B형 간염 새로운 발병 자체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의 발표에 따르면, 기존의 보유자를 포함한 만성 B형간염 환자 수를 보면 2006년에는 263,620명이던 것이 차츰 증가하여 2009년에는 303,078명에 이를 정도다. 이는 기존의 B형간염 보유자들이 현증환자로 전환되고 있으며, 또한 기존에 이미 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건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B형간염의 올바른 관리법을 확산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질환자의 증가는 간암의 발병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간암 발병률은 암 사망률 중 2위를 차지 하고 있고,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국가암조기검진 사업 대상인 5대 암(간암, 위암, 폐암, 자궁경부암, 유방암)으로 분류되어 관리되고 있긴 하지만 제대로 검진을 받는 사람도 많지 않고, 검진 결과에 따라 진료를 권유해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경변 역시 우리나라의 8번째 사망원인으로 성별로만 따지면 남성의 5위, 여성의 10위 사망원인에 해당한다. 전체적으로 간 질환은 30~ 50대 연령층의 4대 사망원인중의 하나며, 특히 사회적 활동이 왕성하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 중요한 40대의 사망원인 중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간 질환이 주요 사망원인이 되는 이유는 간이 침묵의 장기인 까닭이다. 즉, 일정 정도 악화가 되기 전까지는 증상도 없고 이상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아프지는 않아도 나는 환자다’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진료 및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지 않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B형간염 바이러스가 활성화된 채로 질환이 진행되서 황달, 복수 등 눈에 띄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경우에는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치료를 하게 되더라도 고된 치료과정은 물론이고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한다.

내원한 환자 중 두 딸을 둔 사회적으로 성공한 한 40대 가장이 기억난다. 그는 고등학생시절 처음 B형간염 보유자로 판정 받았더. 한 동안은 정기적인 간 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증상이나 검사에서 이상이 없어 10년 동안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잦은 코피로 찾아간 이비인후과에서 간경변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아 다시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정밀검사 결과, B형 간염에 의한 복수를 동반한 간경변 상태였으며, 현재는 항바이러스 치료 후 복수도 소실되어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처럼 대부분의 간염 보유자들이 언제든 바이러스가 활성화되어 간경변이나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잃지 않길 바라고 있다.

때문에 만약 가족 중 B형간염 혹은 이로 인한 간경변 이나 간암환자,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 사실을 알았지만 상당기간 방치한 상태라면 병원을 바로 찾기를 권유한다. 가족 중에 B형 간염 환자가 있는 경우는 모태 감염에 의한 감염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다른 형제에게도 감염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B형간염은 관심만 기울인다면 그리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다. 꾸준한 정기검진을 통하여,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간의 기능도 건강하게 유지하고 합병증도 최대한 억제가 가능하다. 10년 전만 해도 바이러스 보유 사실이 확인된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이 특별히 없어 건강관리만 하는 수준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적극적인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가능하다. 내성은 낮고 항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우수한 치료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었고 폭 넓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일부 환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여러 연구 및 실제 복용 사례를 통해 장기적으로 약을 먹더라도 약에 따른 부작용이, 다른 질환에 비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검진을 받을 때는 적어도 최소한 6개월 간격으로 규칙적인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간기능 검사와 더불어 간 초음파검사와 B형간염 바이러스 활성화 정도(DNA 수치 검사, e 항원 및 항체 검사) 등도 검사하여야 한다. 혈액검사를 통한 간 수치 검사로 간 염증 정도는 알 수 있지만, 일부 진행성 간질환 환자에서는 정상적 범위 내에 있을 수 있으며, 간경변이나 간암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간경변이나 간암 발병유무를 알 수 있는 초음파 검사나 CT등 영상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B형간염을 정복하는 방법 중 실천하기 너무 까다롭거나 어려운 방법은 없다. 평소에는 6개월마다 검진을 받고, 전문의 소견에 따라 치료를 시작할 경우 하루 한 알씩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뿐이다. 건강한 간에 대한 ‘실천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다.

강릉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천갑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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